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8월27일~9월4일까지 9일간 전세계 육상 팬들의 눈과 귀가 대구로 쏠린다. 213개국에서 7,500여명이 참가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데 하계올림픽, 월드컵 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1983년 헬싱키(핀란드)에서 시작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91년 도쿄(일본)대회까지 4년마다 열렸으나 이후 2년 주기로 바뀌었다. 이로써 대구 대회는 제13회째에 해당한다. 아시아에서 세계 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나라는 일본(91년 도쿄, 2007년 오사카)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특히 세계육상선수권과 올림픽, 월드컵을 모두 개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나라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일본 등 6개국뿐이다. 대구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7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대구가 2007년 3월27일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IAAF)총회에서 모스크바(러시아), 브리즈번(호주), 바르셀로나(스페인) 등을 따돌리고 개최권을 따낼 때 내건 명분은 ‘육상 불모지에서 기적을 일궈내겠다’는 다짐이었다. 대구 세계선수권조직위는 이에 따라 금은동메달리스트에게 각각 포상금 10억, 5억, 2억원을 내거는 등 ‘50억원 프로젝트’로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해 왔다. 3년여 시간이 흘러 개막을 불과 1년을 앞둔 지금 한국 육상은 과연 불모지에서 싹을 피우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정적이다. 한국육상이 올 들어 전에 보지 못한 신바람 행진을 하고 있지만 세계기록은커녕 아시아 기록을 따라가기에도 숨이 차기 때문이다.
가장 상징적인 100m종목만을 놓고 비교해도 김국영(19ㆍ안양시청)의 한국기록(10초23)은 우사인 볼트(24ㆍ자메이카)의 세계기록(9초58)과는 0.65초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술적으로 볼트가 골인했을 때 김국영은 93m65지점을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시아 기록과도 차이가 상당하다. 2007년 사무엘 프란시스(카타르)가 세운 아시아 최고기록(9초99)과는 0.24초 뒤처져 있다. 올림픽 챔피언을 두 차례나 석권, 족패천하(足覇天下)의 위용을 과시한 마라톤에서도 한국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자칫 개최국이 메달은 고사하고 결선무대에도 오르지 못하는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대한육상연맹 서상택 이사는 “틈새종목에서 메달 가능성이 크다”며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은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톤에선 비록 번외경기지만 지영준(29ㆍ코오롱)과 박영민(26ㆍ코오롱), 이명승(29ㆍ삼성전자)으로 대표되는 단체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황영조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영준은 이미 대구에서 두 차례 풀코스를 소화해 각각 2시간8분30초와 2시간9분31초의 기록을 보여 8월 무더위 속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변수를 고려할 때 이변의 주인공으로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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