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를 잃은 투기자금이 곡물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밀에서 시작된 곡물가격 상승세가 이젠 거의 전 작물로 확산될 조짐이다.
25일 국제금융센터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옥수수 가격은 24일(현지시간) 부셸당 420.5센트에 거래됐다. 연중 최고치(1월 423.0센트)에 육박하는 수준. 기상악화로 러시아가 수출중단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국제 밀 가격이 최근 두 달 동안 60% 가까이 오르자, 대체작물로서 옥수수가 부상한데다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에서의 수확량 악화전망까지 겹치면서 가격상승을 예상한 투기자금이 대거 몰려든 것이다.
실제로 미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집계한 CBOT의 옥수수 선물옵션에 대한 투기성 자금의 순매수규모는 지난 17일 37만1,000계약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대두(콩) 선물옵션에 대한 투기성 순매수도 13만9,000 계약으로 2008년 2월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6일 이후 투기성 순매수 증가세는 ▦대두의 경우 무려 82배에 달하고 ▦옥수수도 4배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상품거래소 국제거래소(NYBOT-ICE)의 설탕 선물옵션 거래도 같은 기간 순매수규모가 2만계약 가까이 추가로 몰렸다.
밀의 대체곡물인 쌀 가격도 11월 인도분이 지난 23일 CBOT에서 장중 3% 급등한 가격에 거래됐다. 이 밖에 커피 원두와 원면 가격도 주요 생산국인 남미와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 등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폭등세가 일단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최근 밀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했고 옥수수와 대두 등의 투기성 매수도 사상 최고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투기세력들이 단기적으로는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달 간 폭등했던 밀 가격이 최근 하락한 것도 이 같은 차익 실현 때문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승세 자체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 연구원은 "내년에 경기 회복이 예상되고 바이오에너지 수요까지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곡물가격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전망에 따라 투기자금의 유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곡물 가격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이 30%밖에 되지 않고 사실상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입하는 실정이라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국내 소비자 물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최근 밀 가격이 주춤했지만 옥수수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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