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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MB 지지율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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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MB 지지율에 담긴 의미

입력
2010.08.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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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전반기 성적표를 놓고 청와대와 정부가 잔뜩 고무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론사를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 막 반환점을 돈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공히 45%에서 50% 사이로 나온 때문이다. 문민정부 이후 세 명의 전임 대통령들과 견주어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치가 아니다.

집권 중반기에 50% 남짓했던 YS 지지도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같은 시기 DJ 40%선보다 높을 뿐더러, 일찌감치 10%대로 떨어져 아예 '여론 관리'를 포기할 상황에 놓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높은 지지도다. 당장 여러 지인들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좌파 진보매체나 인터넷 여론이야 처음부터 그랬거니와, 최근 들어서는 보수언론조차 MB를 보는 시선이 점차 냉정해지는 상황인데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냐는 것이다.

국민의 냉정한 성과주의적 평가

실제로 MB에 대한 긍정평가는 점점 듣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체감여론과 지지도 조사와의 괴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조사가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거나, 많은 이들의 체감여론이 틀렸거나 둘 중 하나다.

첫 번째와 관련,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MB식 공안정국 분위기로 인해 국민들이 마음을 숨긴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들은 지난 6ㆍ2 지방선거에서 지역에 따라 사전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결과가 최대 20% 가까이 차이가 났던 사례를 든다.

그러나 무려 80~90% 지지의 초기 지지도가 곧바로 하향세로 꺾인 채 끝내 만회하지 못했던 YS, DJ 등과 달리, MB는 출범 당시의 50% 안팎의 평균 지지도를 줄곧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엔 무리가 있다. 최근 서민층에 대해 유난히 잦아진 립서비스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주장도 같은 이유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내키지 않아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느끼는 체감지지도와 현실 간에 괴리가 있는 것이다. 비판적 의견 개진이란 적극적인 의지와 행위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여론을 과장할 소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절반 가까운 국민의 긍정평가를 애써 무시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그러나 MB측으로서도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임기 첫해 촛불사태에 이은 박영준 인사파동 때는 20%선까지 지지율이 급락했다가, 서민중시ㆍ중도실용 표방 후에 회복됐고, 지난해 G20 유치 등 가시적 성과를 냈을 즈음엔 출범 당시 수준으로 지지율이 급히 치솟았다. 연말 세종시 원안추진 논란으로 파문이 일었을 때는 다시 지지층이 대거 이탈했다. 지지도 등락 추이가 사안 사안에 따라 유달리 민감한 것이다.

원래 성적도 너무 들쭉날쭉하면 담임선생님도 학생의 실력을 믿지 않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MB정부도 현 지지율만큼의 실력과 정체성에 대한 신뢰는 얻지 못했다. 국민들은 다만 그때그때의 잘잘못에 따라 가차없이 판단을 내릴 뿐이다. 정서적 유대나 이해가 배제된 철저한 성과주의적 평가, 이게 MB정부를 보는 국민의 냉정한 시선인 것이다.

청문회 후속조치가 후반 가늠자

MB정부 후반기는 그래서 더 쉽지 않을 것이다. 언행과 명실이 상부하는 성과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또 권부 주변에서 작은 잘못이라도 저지를 경우 지지율은 그 순간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당장 MB정부 지지율에 크게 기여한 서민위주정책 표방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손에 잡히는 가시적 성과물은 없이 중산층ㆍ서민들의 기대감만 잔뜩 부풀려져 있는 상태다.

마침 총리ㆍ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마무리됐다. 상당수가 MB가 부쩍 강조하는 서민중시ㆍ공정사회의 국정기조를 회의케 할만한 인사들이다. 그러므로 길게 볼 것도 없다. 이들의 처리 방향이 당장 후반기 MB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다. 정서적 지지가 취약한 정권에서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허언(虛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깊이 생각해볼 것도 없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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