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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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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잔혹사

입력
2010.08.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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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지만, 폭력성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는 짧다. ‘윤리’를 앞세우며 검열을 감행했던 공연윤리위원회(공륜) 시절 충무로 제작자들은 자진해서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예술이냐 외설이냐’ 논란이 영화판을 뜨겁게 달궜다.

서슬 퍼런 검열의 시대인 1983년 공륜이 발표한 심의백서에 따르면 폭력성 때문에 가위질을 당한 국내영화는 총 5편이고 1편이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외설을 이유로 특정 장면과 대사 등의 삭제 처분을 받은 영화가 53편(상영불가 4편)에 달한 것과 비교된다.

한국영화 폭력성 논란은 2000년대 들어 김기덕 감독이 촉발시켰다. ‘섬’(2000)은 주인공 남녀가 목과 성기에 낚시 바늘을 집어넣고 이를 잡아 당기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많은 관객에게 충격을 안겼다. 김 감독은 ‘해안선’ ‘나쁜 남자’(이상 2002) 등으로도 잔혹성 논란을 불렀다. 박찬욱 감독도 종종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2004)와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등이 폭력성 시비에 휘말렸다.

2000년대 들어 외설을 제치고 폭력성이 충무로의 화두로 자리 잡은 이유로는 환경 변화가 꼽힌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강렬한 성적 표현에 대한 관객들의 욕망은 인터넷이 거의 흡수했다. 더 이상 상업적으로 매력이 없으니 논란을 부를만한 표현을 하려는 시도조차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적인 유인 요소로 남은 것은 폭력 정도이고, 액션 영화는 폭력이 장르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안전판까지 갖췄다”고 덧붙였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영화가 지닌 주요 표현력 중 하나가 폭력성이다. 검열과 심의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폭력적) 표현이 자유로워졌다”며 “충무로는 자기검열이 여전해 과도한 육체적 노출에 대해선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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