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5일 재정건전성이 열악하고 충원율 등 학사관리가 엉망인 부실 대학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대학들의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사실 대학의 구조조정 필요성은 정부와 학계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를 해왔던 사안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올 초 보고서를 통해 “2015년부터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생 정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대학 통폐합과 입학정원 감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대학의 초과 정원은 2016년 2만4,000명, 2020년 12만7,000명, 2024년 20만9,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대안의 하나로 부실 대학 명단 공개를 통한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었다.
교과부도 지난해 대학선진화위원회에서 부실 사립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뒤 명단 공개를 검토했으나, 해당 대학의 반발이 거세 철회했다. 경영부실을 이유로 사립대학을 퇴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은 점도 작용했다.
부실 사립대 퇴출 방법을 고민중이던 교과부는 결국 학자금 대출 제한이란 간접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교과부는‘고등교육기관별 대출한도액 설정 기준과 운용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부실 대학을 의미하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추려냈다. 여기에 신입생의 알 권리를 내세워 자연스럽게 해당 대학 명단를 결정한 것이다.
졸지에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분류된 학교들은 비상이 걸렸다. 명단 공개가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 이전인 다음달 초로 예정돼 있어‘부실’ 평가를 받은 대학들에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입생 지원이 줄어 자칫하면 대학은 존립 여부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하위 15%에 속했다는 통보를 받은 대학측에서 내년 평가에 대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 지 문의하는 등 교육 환경 개선 방안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다”며 “명단이 공개되면 해당 대학의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부실 대학 명단 공개로 애꿎은 재학생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 A대학 관계자는 “신입생들은 그 대학에 지원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부실 학교 낙인이 찍혀 취업시 불이익 등 재학생이 받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과부는 학자금대출심의위원회에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정부 유관기관과 각급 대학별 대표자, 각계 전문가 등을 위촉했지만 부실 대학 지정의 기준을 놓고도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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