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은 25일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합병하는 방안에 대해 대단히 찬성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견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한 때 우리금융 인수의 유력한 후보였고 장차 ‘하나+우리’의 거대 합병 금융사가 탄생할 경우 강력한 라이벌관계가 될 수 밖에 없는 KB지주 CEO의 발언이란 점에서 금융권에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어 회장은 이날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국 은행들의 규모가 여전히 작은 수준”이라며 대형 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하나ㆍ우리지주의 합병에 찬성하는 것은 한 은행이 리딩뱅크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금융이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의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 회장의 이런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은행권에선 “우리금융 인수전의 대세가 하나금융쪽으로 이미 기운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이 몇몇 대기업과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지분 분산매입을 요청하는 등 ‘짝짓기’ 아닌 ‘홀로서기’식의 민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큰 줄기는 하나금융이 인수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어 회장은 향후 국내보다 해외 금융기관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보다는 해외 M&A를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검토중”이라며 “M&A 시점은 KB가 기초체력을 완전히 회복한 2년 뒤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대상으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스탠다드 은행과 호주, 싱가포르 은행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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