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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서울아산병원 <9> 태아치료 새 역사 쓰는‘태아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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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를 달린다] 서울아산병원 <9> 태아치료 새 역사 쓰는‘태아치료센터’

입력
2010.08.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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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윤모(27)씨는 임신 21주차에 제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태아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태아 심장이 너무 크고, 가슴과 배에 물이 많이 차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윤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를 찾았다. 정밀초음파 결과 태아 빈혈이 의심됐다. 하지만 다행히 두 차례 태아 수혈 후 가슴과 배에 찬 물이 사라졌고, 심장 비대와 피부 부종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리고 얼마 뒤 2.8㎏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윤씨는 센터 의료진 앞으로 아이 사진을 담은 감사 편지를 보냈다.

정밀초음파로 태아 기형 90% 이상 진단 가능

의료기술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태아 기형검사와 태아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출산율이 감소하고 고령 임신부과 인공수정이 늘어남에 따라 기형아 출산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기형아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신생아의 3~4% 정도가 기형아고, 대표적인 기형인 다운증후군이나 척추이분증의 95%가 건강한 가정에서 태어난다. 임신부의 불안감이 결코 기우가 아니다.

출산 전에 태아의 기형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은 초음파와 혈액, 양수, 융모막 검사 등 모두 4가지다. 이 중 가장 많이 하는 검사는 초음파 검사다. 이 검사는 임신 20~24주에 하며, 선천성 심장질환, 다낭성 신장질환 같은 다인자성 질환이나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기형을 진단할 수 있다.

태아치료를 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태아치료센터 소장은 “과거 50% 정도에 불과하던 태아기형 진단율이 초음파 영상의 발달과 전문 의료진의 노력으로 주요 기형의 경우 90% 이상 정확히 진단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의 산전 진단은 유수한 외국병원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최고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정밀 초음파 검사는 정확도가 높아 선천적 기형을 조기 진단해 치료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몇몇 선천성 기형의 경우, 태아에게 직접 기구를 넣어 낭종 등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므로 정확한 산전 진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 진단으로 산전 태아치료 성공률 높아져

산전 진찰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태아의 장기가 손상되지 않을 정도로 태 내에서 치료를 시도한다. 태아 치료법은 직접 수술하는 개방적 수술, 션트 삽입술(Shunt operationㆍ태아 몸에 관을 꽂아 물을 밖으로 빼는 수술), 태아 수혈, 고주파 전기소작술 같은 침습적 방법과 약물을 이용한 비침습적 방법 등 다양하다.

션트 삽입술은 후부 요도 판막증이 있거나 태아의 가슴과 배에 물이 차 있어 이를 지속적으로 제거해야 할 때 주로 시행한다. 고주파 전기소작술은 ‘무심장 쌍태아’일 때 실시한다. 무심장 쌍태아는 혈류가 정상적인 태아에서 무심장, 무뇌 태아에게로 역순환하는 질환으로 적절한 산전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부전으로 인한 정상 태아 사망률이 50~75%까지 이른다. 심장이 없는 쪽의 태아 탯줄을 응고해 정상 태아가 제대로 발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고주파 전기소작술이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를 시행하고 있다. 약물 치료법은 태아 부정맥이나 태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을 때 사용한다.

태아 내시경을 이용하거나 자궁을 조금 연 뒤 태아를 치료하는 개궁술이라는 수술도 가능하다. 하지만 개궁술은 수술 자체가 위험해서라기보다 수술 후 양막 파수나 조기 진통, 감염 등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높아 외국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원 교수는 “과거에는 산전 진단이 치료를 전제로 하지 않아 문제가 발견되면 곧바로 낙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은 선천적 태아 이상을 자궁 내에서 치료하는 길이 열렸으므로 태아 이상을 진단받아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 임신 13주 태아의 션트 수술 성공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는 2004년 7월 국내 처음으로 태아치료센터를 열었다. 태아치료센터는 일반 산부인과와 달리 소아과와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태아 기형이나 각종 질환을 출생 전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물론 출산 후 효과적인 치료계획까지 세워준다. 규모 면에서도 국내 최대와 최고다.

연간 4,000건이 넘는 정밀 초음파 진단과 태아 치료를 시행하면서 산전 검사와 태아 치료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04년부터 2010년 7월까지 양수천자술 3,281차례, 태아 제대천자술 1,434차례, 융모막생검술 564차례를 시행했고, 그 외 646차례의 태아 치료와 흉수 및 복수 방광 천자술, 태아 션트 삽입술 등에 성공함으로써 국내 태아 치료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태아치료센터의 원 교수팀은 1996년 2건의 션트 수술을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115퓽?션트 수술을 시행했고, 그 가운데 90%를 성공했다. 이는 외국 유수 병원의 80~90% 성공률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수치다. 원 교수는 “설령 아기가 병을 갖고 태어나더라도 최상의 상태로 출생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태아치료센터는 태아에 이상이 있으면 소아심장과와 소아신장과, 소아비뇨기과, 의학유전학 등 해당 질환 전문의와 출산 전에 상담을 받아 아이의 질환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갖고 출산을 준비하도록 돕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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