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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염치(廉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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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염치(廉恥)

입력
2010.08.2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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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廉恥)의 사전적 의미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빈대도 콧등이 있다'는 속담이나 몰염치(沒廉恥) 파렴치(破廉恥) 무염치(無廉恥) 같은 단어는 모두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한 모습이나 행위를 크게 나무라는 말이다. 선조들은 오랜 기간 염치를 인간관계나 사회ㆍ국가 유지의 기본 덕목으로 여겨왔다. 구성원들이 법, 도덕과 같은 규범을 어기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 오래 존속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일반 국민보다 지도층의 예의염치를 더 강조했음은 물론이다.

■ 관중(管仲)은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다. 그는 "나라를 세우려면 기강(紀綱)을 세우고, 기강을 바로 잡으려면 예의염치(禮義廉恥)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관중은 예의가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 틀', 염치가 '청렴과 부끄러움을 아는 품격'이라면서, 예의염치를 '국가라는 그물을 지탱하는 4개의 줄(四維)'로 규정했다. 이어 "4개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둘이 끊어지면 위험에 빠지며, 셋이 끊어지면 근간이 뒤집히고, 모두 끊어지면 멸망한다"고 설파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예의염치는 괜찮을까.

■ 총리ㆍ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어제 끝났다. 예상대로 논란과 의혹에서 자유로운 후보자는 한 명도 없었다. 쪽방촌ㆍ부동산 투기, 스폰서 지원, 위장 취업에 위장 전입, 국적포기 자녀의 건강보험 이용, 논문 자기표절 및 중복 게재 등 난무하는 불법과 부도덕에 국민은 아연했다. 죄송 송구 반성 사과 등 지난 날의 허물에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말들이 어지럽게 이어졌지만 오히려 국민은 더 혼란스럽다. 그런 큰 잘못이 있다면 애초 공직을 사양하거나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마땅할 텐데, 그만두려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으니 말이다.

■ 참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야심,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는 오만이 염치를 누른 결과다. 이런 이들이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정부 부처의 수장이 된다 한들 국민의 신망을 얻고 조직에 제대로 영(令)을 세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쪽방촌 투기가 '노후 대책'이라는 경제장관이 어떻게 서민 정책을 말하며, 스폰서 후원을 받은 장관이 어떻게 공무원들에게 청렴을 말할 수 있을까. 2,600여 년 전, 예의와 염치가 없는 나라는 망한다고 한 관중의 말이 섬뜩하다. 염치를 복원하는 일, 염치를 잃은 이들의 몫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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