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형법 총칙 개정 공청회’를 열고 형벌 종류를 기존의 9개에서 사형과 징역, 벌금, 구류 등 4개로 단순화하고, 벌금형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1953년 제정된 형법을 57년 만에 전면 수정한 이번 형법 개정시안을 놓고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사안마다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공방을 벌였다.
먼저 사형과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의 9개로 구성된 형벌을 4개로 단순화하는 것에 대해,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김성돈(성균관대 교수) 위원은 “현행 형법에는 형벌로 볼 수 없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고 실제 활용도 되지 않는 형벌도 있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또 “형법상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인정되는 현실을 고려해 그보다 가벼운 벌금형에 대해서도 집행유예 제도를 도입하되 이를 선고할 때는 보호관찰과 사회봉사명령, 수강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학자 변호사는 “지난 10여년간 거의 선고된 예가 없는 구류형을 삭제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고, 벌금형도 이미 집행 시 분납 등 형태로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집행유예 제도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측가능성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작량감경(酌量減輕) 규정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범행의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을 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피고인의 노력에 의하여 피해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이 회복된 경우 등으로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나온 서울고법 손철우 판사는 “작량감경은 과도한 법정형의 하한을 조정하고 단순화된 각 사건의 구성요건을 세분화함으로써 적절한 양형을 도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이 밖에 개정시안에는 살인범, 강간범 등 흉악범에 한해 지금의 상습범ㆍ누범 가중처벌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보호감호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 영토 밖에서 폭발물 사용이나 선박ㆍ항공기 납치, 통화나 유가증권 위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처벌할 수 있는 세계주의 규정도 신설했다.
법무부는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형법 총칙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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