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다시 위기에 놓였다. 미국과 유럽에 ‘더블 딥(이중침체)’ 경고가 쏟아지면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더블 딥 적신호는 주택시장에서 촉발됐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택거래가 1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한 때 1만선이 무너졌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날 7월 기존주택 판매가 383만채로 전월 대비 27.2%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5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택경기 침체는 서민층이 경제난과 실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택거래가 뚝 끊겼다는 소식에 다우존스와 S&P 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이 비관적인데다가 주택시장까지 흔들리자 더블 딥 우려가 증가되면서 빠른 상승세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실제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 경제가 더블 딥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에번스 총재는 “높은 실업률, 불안한 주택시장이 미 경제회복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며 “6개월 전에 비해 더블 딥의 위험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호전되면 현재 9.5%인 실업률이 5%선까지 하락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내년 실업률을 8%선으로 전망하면서 “현재 고용시장 환경이 매우 도전적”이라고 우려했다. 에번스 총재의 더블 딥 관련 발언은 지금까지 연방준비제도(Fed) 수뇌부의 경기 전망 중 가장 비관적이다.
미국 경제 위기가 고조되면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원내 대표는 이날 클리블랜드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럽 경제도 긴축정책의 여파가 회복 지연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다 미 경기둔화로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미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 유럽이 더블 딥이라는 한 배에 올라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더블 딥은 유럽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유럽 각국의 재정긴축으로 유럽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경기하강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져 이날 미국과 유럽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채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므로 국채 수익률 급락은 곧 국채 가격 급등을 의미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10년만기 미국 국채 수익율은 2.47%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영국과 독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각각 2.85%, 2.15%로 크게 떨어졌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