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산 매몰 광부 33명의 꿋꿋한 생존스토리가 연일 칠레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지난 5일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호세 광산 붕괴로 지하 700m에 갇힌 이들은 매몰 18일째인 24일 2차 굴착작업을 통해 새로 연결된 구멍으로 내려 보낸 통신장비를 통해 칠레 국가를 불렀다. 이 노랫소리가 칠레 전역에 중계되자 수도 산티아고의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렸고 지하철에서도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고 24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은 앞서 22일 사고 후 처음 연결된 구멍을 통해 "전원이 무사하다"는 내용의 쪽지를 지상으로 올려 보내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전국민을 안심시켰다. 또 가족들과 애틋한 편지를 주고 받았다. 안도의 한숨을 돌린 가족들은 "축구공을 내려 보내고 싶지만, 구멍이 너무 작은 거 같아 못 보낸다" "뱃살을 좀 더 빼면 축구를 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등 농담 섞인 쪽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광부들은 매몰 이후 참치, 우유, 비스킷 등 이틀 치 식량으로 2주 이상 버티면서도 비교적 건강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렌스 골본 광업부장관은 "현재 이들은 습도 90%, 섭씨 32도 이상의 열악한 대피소 공간에서 지내고 있으며, 1명이 배탈 증세를 일으킨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한 편"이라고 전했다. 구조대는 구멍을 통해 젤 형태의 영양제, 안대, 아스피린, 낮은 조도의 전등 등을 내려 보냈다.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제대로 된 음식은 2주 정도 뒤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지상 귀환은 연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를 위해 지하 700m까지 지름 68㎝의 구멍을 뚫는데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 기간 심리적인 동요 없이 버틸 수 있도록 하느냐가 구조작업의 최고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칠레 정부는 매몰된 광부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체류 우주인의 상황과 유사하다며,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 생존방법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24일 광부들을 위한 종교행사에 참석 "매몰 광부들과 함께 다음달 칠레 독립 기념일을 지켜볼 수 없겠지만 크리스마스는 함께 맞을 것"이라며 광부들에게 희망과 신념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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