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명예는 80세가 넘었소. 그런 젊은이가 어떻게 나한테 명예롭게 떠나는 것을 충고할 수 있겠소.”
말한 이는 각종 윤리규정 위반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20선(選) 백전노장 찰스 랭글(민주) 미 하원의원이다. 그리고 지목한 ‘젊은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랭글 의원은 23일 자신의 지역구인 뉴욕의 한 교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명예로운 의정생활 마감’을 권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솔직히, 내 명예를 왈가왈부할 만큼 세상 경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25일 전했다. 뉴욕타임스 기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는 “앞으로 2년 동안 내가 그의 명예를 보호해줄 가능성이 더 크다”고도 덧붙였다.
명예 다툼을 촉발한 것은 대통령이 먼저였다. 지난달 30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82세로 의정생활을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그가 바라는 것도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이라 확신하며, 나 또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미 의회 내 대표적 지한파인 랭글의원은 지난 10년간 60만달러 상당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고 부적절한 모금활동을 하는 등 의회 윤리규정 13개 및 연방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대통령을 얕보는 듯한 발언에도 백악관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지만, 당내 하원선거 프라이머리 경쟁자 애덤 클레이튼 파월 후보는 “충격”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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