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채 커다란 스포츠 가방에 담겨 발견된 해외정보국(MI6) 요원의 죽음에 영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누가, 왜 그리 끔찍하게 살해했느냐는 미스터리에다, 가족조차 모른 비밀행적까지 마치 첩보영화 007을 보는 듯해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3일 런던 시내 5층짜리 고급 타운하우스의 욕실에서 살해당한 지 2주 만에 발견된 인물은 MI6 요원 가레스 윌리엄스(31)로 드러났다. 수학에 뛰어난 그는 19세에 뱅고대를 졸업했고, 케임브리지대 석사과정 중 2000년에 국가통신본부(GCHQ)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 도청전문가가 된 윌리엄스는 MI6에 파견 근무 중이었다. 경찰은 이런 신분을 감안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뚜렷한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발견된 현장은 침입흔적도 도둑맞은 것도 없이 모든 게 정돈된 상태였다.
현재 수사는 해외 요원 또는 주변인물의 소행 등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제3국 요원의 암살 등 임무수행과 관련해 살해됐을 가능성보다는, 치정에 의한 살해됐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윌리엄스가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연인과 향후 진로문제로 다툰 점에 수사당국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 해도 이처럼 잔인한 살해의 동기나, 정보당국이 2주째 자리를 비운 윌리엄스를 찾지 않은 이유 등 풀리지 않는 각종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일부에선 윌리엄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옷이 현장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그의 성적 취향과 이 사건을 연결시키고 있다.
윌리엄스가 생전에 철저한 이중생활을 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삼촌은 "하는 일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고, 물어보는 것도 싫어했다"고 말했다. 주변인사들은 그가 평범하고 친절했으며 사이클 광이었다고 기억했다. 그가 9년간 거주한 집 주인은 "친구를 데려온 적도 거의 없고, 여자 친구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며 "이따금 오디오테이프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고 전했다. 데일리메일은 이런 윌리엄스가 21세기 유령 같은 비밀요원의 생활을 했다고 평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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