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에이스 류현진(23)이 6회까지 피칭을 마쳤을 때 스코어는 6-3. 다소 불안하긴 했지만 류현진은 30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투구수는 98개.
7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여유가 넘쳤다. 타석에는 일발장타 능력을 갖춘 6번 강귀태가 들어섰다. 초구는 볼, 2구는 스트라이크. 류현진은 세 번째 공으로 143㎞짜리 몸쪽 높은 직구를 뿌렸다. 강귀태는 높은 공이 들어오자 주저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딱'하는 타구음과 함께 왼쪽 담장으로 이어지는 하얀 포물선. 110m짜리 솔로 홈런이었다. 평소 여간 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류현진의 표정도 굳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류현진의 퀄리티 스타트 세계 기록이 30번째(단일시즌은 24번째) 도전에서 깨졌다. 류현진은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1회 3점을 포함해 7회 강귀태에게 통한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4실점, 올시즌 전 경기에서 선보였던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류현진은 2-0으로 앞서던 1회말 김민우과 김일경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모든 이들이 몸이 덜 풀린 탓이라 생각하는 사이 류현진은 유한준을 우익수 쪽 평범한 플라이로 이끌어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그러나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가 우익수 이상훈의 판단 미스로 순식간에 2루타로 변하면서 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았다. 수비수의 실책에 가까웠지만 기록원은 유한준에게 안타를 줬다. 류현진은 이어지는 2사 2루 위기에서 이날의 주인공이 될 강귀태에 중전 적시타를 허용, 1회 3실점이라는 근래 보기 드문 난조를 보였다.
그러나 1회를 넘기자 '괴물'의 퀄리티 스타트 본능이 발휘됐다. 류현진은 직구 평균 구속이 140㎞를 넘지 않았지만 초구부터 체인지업을 던지며 맞혀 잡는 피칭으로 6회까지 넥센 타선을 가볍게 요리했다.
그러나 6회 세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우며 방심한 탓일까. 류현진은 7회 첫 타자 강귀태에게 잊지 못할 한방을 허용하며 대기록 행진을 멈췄다. 7이닝 7피안타 5탈삼진 4실점.
류현진은 "열흘 만의 등판이라 너무 오래 쉬어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기록을 이어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동안 부담감이 있었는데 깨지게 돼 오히려 후련한 생각도 든다"고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이날 류현진을 울린 강귀태는 "동산고 8년 후배의 신기록을 빼앗아 미안하다. 오늘 류현진의 구위가 좋지 못한 것 같았다. 홈런을 친 공도 평소 같았으면 파울 볼이나 헛스윙이 될 타구였다. 홈런을 뺏었지만 류현진은 우리나라 최고 투수다"고 치켜 세웠다.
퀼리티 스타트 대기록은 끝났지만 류현진은 20승에 대한 마지막 희망은 이어갔다. 팀이 넥센에 6-4로 승리, 16승(4패)째를 챙긴 류현진은 앞으로 4경기가 등판 가능해 '꿈의 20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대구에서는 2위 삼성이 3위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서 6-4로 승리, 4연승을 질주하며 간격을 5.5게임차로 벌렸다. 선두 SK도 광주에서 KIA를 7-0으로 꺾고 역시 4연승을 달렸다. 삼성과는 2.5게임차.
대구=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목동=김종석기자 lefty@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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