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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마누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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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마누라의 힘

입력
2010.08.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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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 해먹으려면 꼭 혼자 살아야겠다. 자기는 몰랐는데 다 부인이, 노모가 혹은 자식 때문에 투기하고 위장전입하고. 반복되는 똑 같은 인간들 똑 같은 불법들. 똑 같은 변명들 똑 같은 답답함들. 보는 사람이 지친다." 청문회를 지켜보던 한 트위터의 푸념이다.

그렇다. 해도 너무 한다. 총리 혹은 장관 자리에 갈 사람들이 다 이 모양이다. 일일이 거명하면서 문제를 지적하기도 지겹다. 저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아내 팔고 애들 팔고 노모까지 팔면서까지 총리ㆍ장관직에 오르고 싶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조순형의원의 말이 시원하다. 총리ㆍ장관 후보자들 투기 상황을 챙기다 보니 너무 많아서 자료를 보기도 싫단다. 한 두 개라야 들여다 보지 너무 많으니 일일이 챙겨보기도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하도 문제가 많으니 그럴게다.

더욱 꼴보기 싫은 건'말리는 시어머니'다. 싸움이 붙어서 치열해야 할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을 들으면 시간 끌기나 자기편 챙기기, 아니면 김 빼기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인데도 후보자를 감싸고 도는 걸 보니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나름 쓸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가졌던 의원들조차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당에, 혹은 자신에게 득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자기편 비리를 덮어주기 바쁜 모습이라 역겹다. 혹 많은 시청자들이 주시하는 상황에서 그런 행동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까?

언론도 한계를 드러내긴 마찬가지다. 바닥부터 취재를 해서 보도를 해도 그들은 꿈쩍도 않는다. 죄송하다면 그만이다.'한방이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임기 반환점을 돌아서인지 '오불관언' 분위기다.

남자가 출세를 하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할 것이다. 그 중 중요한 것은 '마누라의 힘'이다. 군부정권 시절부터 그랬다. 그전에도 그랬겠지만, 남편은 자기 돈 써가면서 인맥을 쌓고, 아내는 부동산 투기해서 재산을 만든다. 남편 뒷바라지 해서 고위 공직자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성공 패턴'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이를 답습하는 부부가 많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돈이 필요한 모양이다. 지금 청문회에 나온 후보자들 살펴보면 예외없이'부동산 투기'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숙자나 독거노인들이 살고 있는 쪽방까지 투기의 손이 뻗었다니 참 가관이다. 코미디는 아내가 한 일을 남편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몰랐다는 얘긴데, 쪽방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멘트는 더 웃긴다.

아무튼 청문회를 보면서 감동한 것은 아내들 얘기다. 아이들 잘 키우려고 위장전입도 다반사로 해야 한다.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부동산 투기도 해야 된다. 그래야 능력 있는 아내가 된다. 그리고는 지금 같은 청문회가 열리면 모든 걸 뒤집어 쓴다. 남편은 모르는 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위장전입이 불법이라면 처음부터 막아야 한다. 법망을 느슨하게 해놓고 나중에 추궁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니까 동사무소에서부터 위장전입을 근절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도 그렇다. 투자인지 투기인지 구분이 애매하다. 땅이나 아파트를 사고 팔았다는 것이 모두 투기일 수는 없다. 확실한 기준을 만들자는 얘기다. 그래야 걸러내기도 쉽다.

조재우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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