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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아테네의 타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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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의 ‘아테네의 타이먼’

입력
2010.08.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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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비극으로만 이해되는 셰익스피어란 얼마나 편협하며 나아가 폭력적인가.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에서 보여줬던 엽기성은 핏빛 잔혹극이란 별칭에 걸맞은, 셰익스피어의 또 다른 진면목이다. 그러나 2003년 딱 한 번 국내 공연됐을 뿐이다.

유라시아 셰익스피어 극단이 2002년 창단 이후 밀고 나가는 ‘셰익스피어 전 작품 39편 공연 프로젝트’는 편식 관행에 대한 정면 승부다. 초연작만 하겠다니 대단한 호기다. 최근 대학로극장에 올렸던 ‘아테네의 타이먼’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으로 옮겨 25~31일 공연한다. 10번째가 되는 이 무대는 특히 돈만 최고로 치는 요즘 세상에 대한 야유로도 읽힌다.

시니컬한 철학자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낭비를 일삼는 로마 귀족 타이먼의 이야기다. 그가 베푼 연희에서 배를 불린 귀족 친구가 “지금 그는 벌거숭이가 돼 가고 있다”는 독백을 채 끝내기도 전, 빚 독촉이 봇물처럼 터지고 그는 알거지가 된다. 주지육림에 빠져 사는 호방한 귀족에서 완전히 몰락해 팬티 하나만 입고 다니는 타이몬을 혼자서 감당한 홍서준의 연기가 극장에 가득 찬다.

정혜진 등의 안무, 김서영의 음악 등 전문 인력의 힘으로 재현한 무도회 장면에서 무대는 고전의 틀을 깨려는 노력을 보였다. 아쉽게도 현대적 적용은 거기서 그친다. 언어는 물론 의상에서 장치까지 완전히 현대화해 좀더 생생한 모습으로 셰익스피어를 살려내고 있는 현대 연극의 추세에 눈을 감은 것이다.

고대 중국의 환관부터 현대의 신문기자까지 한 무대에 나란히 배치해 연극적 자유를 체감케 하는 막스 프리쉬의 ‘만리장성’에 비길 것은 없겠지만, 이 극단의 무대는 텍스트를 그대로 풀어놓는 일에 함몰됐던 것은 아닐까. 대학로극장보다 훨씬 공간감이 큰 자유소극장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가을이 오면 이 무대는 국립극장에서 새 단장한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상식 하나. 이 작품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탐욕과 퇴폐를 통박하는 데 중요한 전거로 사용했을 만큼, 인간의 물욕을 생생하게 포착한 것으로 정평 높다.

이 극단은 대표 남육현씨의 연출로 ‘에드워드 3세’, ‘헨리 6세’ 공연 등 국내 초연의 기록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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