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막한 코미디 뮤지컬‘톡식 히어로’는 B급영화가 원작이고, 핵 폐기물을 뒤집어쓴 초록 괴물이 환경 오염의 위험을 경고한다고 해서 관심을 끈 작품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발하고 때로는 해괴한 영화를 한참 톤 다운했고, 미국 무대의 흉측한 분장마저 배우의 얼굴 식별이 가능할 만큼 평범해졌다. 이는 작품보다는 오만석, 라이언 등 배우의 얼굴을 보려고 오는 국내 관객들의 성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배우만 돋보였다.
그렇다고 초록괴물을 맡은 두 배우가 좌중을 휘어잡은 것도 아니다. 관객들은 ‘쌈마이’의 절정을 보여준 두 멀티맨, 임기홍과 김동현의 척척 맞는 호흡과 능청스러운 연기에 배꼽을 잡았다. 각각 1인 12역을 맡은 두 사람은 러닝타임 100분 동안 쉴 새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환경 오염을 걱정하던 왕따 청년이 괴력의 톡시로 변신, 시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얻는다는 내용은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도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틀에 묶여 재기발랄하진 못했다. 대신 미국식 유머의 이질감을 줄인 번역은 초연답지 않게 능숙했다. 이를테면 멕시코인을 연기할 때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을 차용해 친근감을 높였다. 또 톡시가 악당들의 머리통을 뽑아버리거나 성인 유머를 남발하는 장면에선 남자 관객(뮤지컬은 여성 관객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를 겨냥한 공연이 많다)의 호응이 특히 높았다.
뮤지컬 ‘헤드윅’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들여온 제작사 쇼노트는 ‘톡식 히어로’도 레퍼토리화할 계획이다. 입장은 철저히 고등학생 이상으로 제한한다. 10월 10일까지 KT&G 상상아트홀. 1544-1555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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