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4일 공개한 ‘서울교육 학생참여위원회’ 설치 계획은 곽노현 교육감의 공약에 근거한다. 곽 교육감은 후보 시절 학생의 인권 보장과 자치활동을 강화해 ‘학생이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바 있다.
두발 복장 등 학교 생활 규정과 관련해 곽 교육감은 학생들이 스스로 교칙을 만들고 자치규찰대를 구성해 단속 집행하며, 재판을 통해 스스로 징계를 내리는 학생 자치를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여긴다. 이런 맥락에서 생활 규정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종 교육 정책들도 학생들의 의견이 당연히 반영돼야 한다는 게 곽 교육감의 생각이다.
시교육청은 학생참여위를 교육감과 학생들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의 장으로 설정했다.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무엇을 바라는지 허심탄회하게 들어보자는 취지다.
학생참여위는 내년부터 가동될 계획이다. 참여위의 활동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으나, 시교육청은 체벌, 복장ㆍ두발, 야간 자율학습, 동아리활동, 교통 문제 등 학교 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개선 요구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의견이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수용하고 개선할 부분도 있겠지만 무리한 의견에 대해선 이해와 설득의 작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참여위 의견은 참고 자료 수준이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 정책 수립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대표자들이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안목 보다는 자기중심적인 판단을 앞세워 인기에 영합한 요구들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서울 A중 교장은 “교육감의 진보적 성향에 부합하는 학생들의 의견이 채택돼 (학생참여위가)교육감 교육철학의 대리기구가 될 소지도 높다”고 주장했다.
참여 학생의 대표성 확보가 벌써부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초중고 학교급별, 인문계고와 전문계고, 남녀학생 등으로 의견차가 존재하는 탓이다.
특정 단체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참여할 경우 편향성 시비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난달 곽 교육감 취임식장에서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비판하는 내용의 축사를 했던 학생은 전국교직원노조 교사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교육청도 고민하는 분위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소수의 학생으로 참여위를 구성해 밀도있는 논의를 할지, 100명 수준의 학생과 교육감이 한자리에서 가볍게 대화하는 형식이 될 지 모든 방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학생들의 참여로 주목받았던 체벌금지 태스크포스는 학교의 추천을 받은 학생회장 2명, 사회단체인 흥사단과 인권센터에서 자치활동 경험이 있는 학생 2명 등 모두 4명을 선발했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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