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연일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정면 비판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작심한 듯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김지사의 발언이 선을 넘어섰다”며 “정도껏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지사는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돌출 발언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치기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지사는 중앙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자중하면서 경기도 살림살이를 착실히 챙기는 본업에 전념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의 강조점을 광화문 복원에 둔 것처럼 김 지사가 발언한 데 대해 “김 지사가 경축사를 읽어봤는지 모르겠다”면서 “경축사 어디에 조선왕조를 기리는 내용이 있는가”라고 따졌다. 이 관계자는 “김 지사의 편협한 역사의식이 걱정”이라고도 말했다.
아울러 김 지사가 이 대통령 통일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거론한 것과 관련 “남북관계 경색은 북한의 핵실험, 천안함 폭침 등으로 초래됐다”며 “김 지사가 언제부터 대북 유화론자가 됐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가 반박에 나선 계기는 김 지사의 22일 발언인 듯하다. 일본을 방문한 김 지사는 이날 도쿄에서 “이 대통령의 업적이라고는 4대강 사업 말고는 뚜렷한 것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25일로 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는 청와대로서는 더 이상 수수방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앞서 김 지사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다음날인 9일 ‘깜짝 총리’발언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연일 이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김 지사는 18일 신도시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통이 작다”고 말했고, 20일에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했는데 광화문 복원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냐”고 언급했다.
정가 관측통들은 김 지사가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대선주자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서 불만을 담아 이 대통령 비판 발언을 쏟아내며 인지도를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의 반박은 김 지사의 대통령 비판 발언이 계속 이어진다면 대응 수위를 높여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