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근 아셈로. 11월 이곳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변 도로의 보도블록을 들어내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곳곳에 통행로가 끊겨 시민들이 위험하게 차도 위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질주하는 차량 옆으로 유모차를 밀면서 아슬아슬 걷고 있던 주부 김숙현(35)씨는 "사람 다닐 공간은 만들어두고 인도를 파헤쳐야 될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강남구가 이달 초부터 인도 재정비에 나선 곳은 코엑스 주변 아셈로 680m와 삼성로동47길 240m. 구 예산 32억원을 들여 아셈로는 3m에서 6m로, 삼성로동47길은 1.5m에서 4m로 인도의 폭을 확장하고, 어지럽게 설치돼 있는 신호등과 가로등, 표지판 등의 기둥 49개를 37개로 줄이는 공사다. 하지만 임시통행로도 마련하지 않고 인도를 끊어놓아 보행자들을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코엑스 인근 레스토랑 매니저인 황주연(33)씨는 "보름 전부터 차도로 다니고 있다"며 "외국 손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민 안전을 뒷전에 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난했다.
인도 확장으로 아셈로는 왕복 6차선에서 5차선으로, 삼성로동47길은 왕복 2차선에서 일방통행로로 폭이 좁아져 교통체증도 우려된다. 아셈로 인근 사무실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김모(34)씨는 "가뜩이나 막히는 구간인데 차로를 줄이면 정체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겨우 이틀 하는 행사를 위해 차로를 줄였다가 나중에 다시 확장공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남구 도시디자인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인 2만 여명이 방문한다고 하는데 잘 정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다만 안전을 위해 임시통행로는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안전 개최를 명분으로 정부가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서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와 경찰은 "사회혼란 우려가 있는 부분을 해소하겠다"며 23일부터 두 달 동안 외국인 밀집지역과 코엑스 인근에서 법외 노조활동이나 불법집회에 참여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 제거하려는 정부정책은 인권침해 소지가 매우 커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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