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과 학습지, 정수기…, 이들의 공통점은?
얼핏 보면 사업 연관성도, 각 제품들의 유사점도 없어 보이지만 이들에겐 교집합이 있다. 바로 각 업체 사원들의 직접적인 고객 가정 탐방에서부터 시작되는 방문판매(이하 방판) 사업이란 점이다. 이 시장을 놓고, 웅진과 교원그룹, 청호나이스 등 생활가전을 주력으로 한 각 기업들의 진검 승부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국내 방문 사업의 최강자로 불리는 웅진코웨이가 23일 화장품 사업 진출을 공개 선언했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의 화장품 사업 재진출은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1999년)한 지, 11년 만이다.
웅진코웨이 '방판의 힘'
웅진코웨이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포 에너지 고기능성 노화 방지용 화장품으로 개발된 리엔케이(Re:NK)를 다음 달부터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웅진코웨이가 제시한 2014년 화장품 시장 목표치는 연 매출 2,000억원에 20%대 후반 점유율. 기존 1만3,000여명의 방판 사원과 함께 확보한 480만명의 고객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가운데, VIP 고객에 해당되는 12만5,000여명에겐 기존 방판 사원을 활용해 리엔케이 신제품을 돌리는 등 화장품 사업에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연말까지 전국에서 150개 화장품 사업 지점을 운영한다는 목표 아래, 현재 1,500여명의 방판 사원을 모집 중"이라며 "웅진코웨이 특유의 방판 역량을 앞세워 화장품 시장에서의 방판 채널도 재편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생활가전을 핵심 역량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인 웅진코웨이는 올 상반기에 7,379억원의 매출로 업계 1위를 질주 중이다. 웅진그룹 방판의 힘은 계열사까지 뻗쳐 있다. 학습지와 아동전집 사업을 진행 중인 웅진씽크빅의 경우도 1만6,000여명의 방판 판매 사원을 앞세워 업계 3위(올 상반기 매출 4,006억원)권을 유지하고 있다.
방판 인력 확보 전쟁
방판을 앞세운 웅진측의 이 같은 사업 확장에 경쟁 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웅진그룹과 방판 라이벌 관계인 교원그룹도 인력 충원을 계획 중이다. 특히, 매출의 100%를 방판에 의존하고 있는 교원그룹은 인력 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올려 놓았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사업 영역이 겹치는 웅진그룹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우수한 방판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교원그룹은 이 같은 전략(2009년 매출 1조910억원)을 통해 2015년 매출 목표를 3조원까지 늘려 잡았다.
웅진과 교원그룹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생활가전과 화장품 사업에 올인 중인 청호나이스도 뛰어난 방판 인력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전국 160여개의 지점을 운영하는 청소나이스는 연말까지 지점 수를 2배 이상 늘리는 한편 상대적으로 취약한 화장품 사업을 보강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는 "방판 마케팅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TV 광고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생활가전 업체들의 전략으로 볼 때, 방판 인력 확보 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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