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가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하기 힘든 심각한 무력증을 드러내고 있다. 청문회에 앞서 장관ㆍ청장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직무 적합성을 둘러싼 의문은 적잖이 제기됐다. 그런데도 막상 인사청문회가 열리자 의혹을 파고드는 야당의 칼날은 무디고, 여당의 방패는 단단하다. 인사청문회가 단순한 통과절차로서만 자리매김하는 듯하다.
이런 분위기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애초에 거대 여당이 압도적 수적 우위를 보이는 정치 지형에서 어지간한 결격사유를 집어내지 못하는 한 국회가 '부적격'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가능성은 거의 점치기 어려웠다. 야당이 구체적 증빙자료를 동원해 제기된 의혹이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면 여당도 체면을 위해 성긴 거름종이라도 들이댔겠지만, 어제까지 특별히 눈에 띄는 추궁은 없었다. 더욱이 사상 최악의 폭염에 지친 탓인지, 여론마저도 특별히 날을 세우지 않아 정부ㆍ여당의 심리적 압박을 덜어주었다. 눈이 번쩍 떠질 만한 언론의 추적 보도나 심층 취재도 불발했다.
이런 상태에서 인사청문회의 존재가치를 살릴 유일한 가능성은 후보자 개개인의 도덕적 결벽성뿐이었다. 즉,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대단하지 않은 사소한 위법행위나 윤리적 의문이라도 스스로가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물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많이 지적된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대부분의 후보자가 결과적 과오를 인정하고, 관용을 요청한 순간 그 가능성은 사라졌다. 더욱이 후보자 개개인의 반성과 사과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정도까지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 한계 속에 놓였다.
사회 지도층의 행태라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쪽방' 투기도 잘못했다고 용서만 빌면 그만이고, 경찰 총수 직책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경박한 인식과 언행도 "죄송하다"고 고개만 숙이면 된다면 인사청문회의 취지가 의심스럽다. 의혹의 크기를 기준으로 표적 후보자를 택하기보다 이른바 '실세'를 겨냥한 집중공세에 매달리는 야당의 자세처럼 정부ㆍ여당에 반가운 게 또 있을까. 이래저래 인사청문회의 근본적 개선책을 찾을 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