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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이상(李箱)에 대한 몇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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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이상(李箱)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입력
2010.08.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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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이맘때 이상(李箱)이 태어났다. 몇 년 전에 비해 독서 환경은 매우 좋아졌다. 김주현 교수는 (2009)을 출간해 기존 판본의 오류를 대부분 바로잡았다. 권영민 교수의 (2009)은 현대 표기법을 적용한 판본을 함께 수록해 독자를 배려했다.

동시대인들의 평가가 궁금한 독자는 당대에 발표된 회상기와 추도사 등을 (2004)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만하면 생일 선물로 넉넉해 보인다. 이 노작들을 참고해 이 참에 이상에 대한 오해 몇 개를 정정해 두는 게 좋겠다.

첫째, 포털 사이트에 이상의 생일은 8월 20일(네이버), 혹은 9월 14일(다음)로 기록돼 있다. 정확하게는 9월 23일(음력 8월 20일)이다. 한 곳은 음력 표기를 빼먹어서 오해의 소지를 만들었고, 다른 한 곳은 이를 양력으로 바꾸면서 착오가 일어난 게 아닌가 싶다. 덧붙여, 이상의 생가로 알려져 있는 경성부 통동(통인동) 154번지는 본적지이고, 실제로 태어난 곳은 경성부 북부 순화방 반정동 4통 6호다. 물론 둘 중 어디에도 기념관 같은 건 없다.

둘째, 글자 그대로는'자두 상자'를 뜻하는 필명 '李箱'의 유래도 논란거리다. 정설로 통용되는 것은 여동생 김옥희의 증언이다. "오빠가 김해경이고 보면 '긴상'이라야 하는 것을 건축 공사장의 인부들이 '이상'으로 부른 데서 이상이라 자칭했다."그러나 경성고등공업학교 1929년도 졸업기념 사진첩의 비망록 에는 "보고도 모르는 것을 폭로시켜라! 그것은 발명보다도 발견! 거기에도 노력은 필요하다. 李箱."이라는 문구가 있다. 김해경은 그때부터 이미 이상이었다.

셋째, 이상은'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타이틀로 몇 편의 시를 묶어 에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중 첫 작품의 제목이 'AU MAGASIN DE NOUVEAUTE'다. 무슨 뜻일까. "이 작품의 제목은 프랑스어로 '신기한 것들이 있는 상점에서'라는 뜻을 가진다."(권영민) 직역을 하면 그렇다. 그러나 '마가쟁 드 누보테'는 당시 파리의 유명한 상가 명칭이다. 그냥 '마가쟁 드 누보테에서'라고 옮겨야 한다. 신경숙의 소설 (2007)에서 주인공이 이 거리를 지나간다.

넷째, 대표작 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를 외친다. 이 순간 그가 백화점 옥상에서 투신했다고 보는 해석은 꽤 일반적이다. 그러나 "회탁(灰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까지는 옥상이되, 그 이후 "거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말하는 장면에서 그는 이미 지상을 걷는 중이다. 자살이 더 극적이었을 텐데 오히려 아쉽다고 해야 할까.

그의 문학적 성과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다. 초창기 소작 중에는 치기가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감도'연작시, 를 위시한 몇 편의 소설들, '권태'나 '산촌여정' 등의 수필은 유보가 필요 없는 걸작이다. '가면'을 쓴 주체가 인공적인 언어로 무장하고 삶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현대예술의 한 이상이라는 것을 그는 그 시대에 어떻게 알았을까. 놀랍고도 뿌듯한 일이다. 그 덕분에 한국문학사는 80년간 당당했다. 이상은 '여전한 현재'가 아니라 '지나간 미래'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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