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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의 고난속에 큰 기회있다] <60> 부동산 중심사회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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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의 고난속에 큰 기회있다] <60> 부동산 중심사회 벗어나야

입력
2010.08.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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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초 서울시가 재산세를 올리려 했다가 당시 여당인 민정당과 시민의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 한 일이 있었다. 이것을 보고 나는 같은 해 5월27일 조선일보에 ‘재산세는 올려야 한다’ 는 칼럼을 써서 찬반논쟁을 불러온 일이 있다. 그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신문이나 방송 등 기회 있는 대로 삶의 질을 높이려면 땅과 집은 되도록 싸고 균점되어야 하며 국민저축은 부동산보다도 금융자산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대한 보유과세를 무겁게 하여 우리사회가 부동산 중심사회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금융저축 중심사회라면 우리나라는 부동산 중심사회이다. 부동산 중심사회란 부동산이 주된 축재수단이고 가치보장 수단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실제로 지난 반세기를 돌이켜 보면 부를 축적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득을 금융기관에 저축해서가 아니라 부동산에 투자해서 그 값이 오른 데서 돈을 모은 사람들이었다. 그 동안 대표적인 부동산 중심국에 일본과 한국 두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 부동산 거품붕괴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이제 여기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면 부동산 중심국이 되면 어떻게 되는가. 사람들은 불필요하게 넓은 땅과 큰 집을 차지하려 하기 때문에 땅과 집이 부족하게 되고 땅값과 집값이 오르게 된다.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인한 소득은 창출된 생산소득이 아니고 장차 집을 마련하는 후세들의 부담으로 이루어지는 비생산적 소득인 만큼 소득증가에 불구하고 삶의 질이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부동산이 편익수단이 아니라 축재수단으로 이용되면 정당한 노동소득보다도 불로소득을 추구하려는 사회적 비리풍토가 조성된다.

부동산중심국이 되면 국민들의 개인저축은 금융기관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으로 들어가 산업자금화의 길이 차단되고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들의 저축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활용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후손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데 쓰여 진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부동산과 금융재산에 대한 개인저축의 구성 비율을 보면 선진국의 경우는 3:7인데 우리는 반대로 7:3인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부동산은 부유층에 의해 독과점되기 때문에 빈부격차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1998년을 기준으로 한 조세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상위 10%계층의 점유율이 소득은 25%인데 부동산은 40%에 이르고 있어 빈부격차는 소득격차보다도 자산격차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왜 부동산 중심국이 되었으며 부동산 중심국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근본문제는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낮다는 데 있다. 대체로 2000년을 기준으로 한 각국의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재산세) 부담률을 보면 미국은 1.5% 영국은 1.0-1.2% 일본은 1.4%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2%이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재산세가 무겁기 때문에 꼭 필요한 용도가 아니면 넓은 땅과 집을 소유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어도 보유비용이 매우 낮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동산 소유가 보편화 되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땅은 좁고 인구는 많은 나라에서는 부동산을 꼭 필요한 사람이 고르게 점유해야 하는데 이것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의 집값과 땅값은 천정부지로 올라왔다. 우리나라 집값은 소득에 대비해 볼 때 미국이나 유럽의 두 배 이상이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비싼 나라가 되었다. 집값이 오르면 당장 집 주인은 좋아하겠지만 이것은 평생 일을 해도 집 한 채 마련이 어렵게 되는 우리 후손들에게 불행을 전가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 제도가 나왔다. 이 제도는 전국의 부동산을 합산하여 주택의 경우 6억 원 이상의 고액주택에 대해 부부합산으로 누진과세하여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부담률을 0.2%에서 0.6%로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종부세 부담자는 전 가구의 2.1%이며 대상자의 64%는 다주택 소유자였다. 이렇게 하여 보유세 부담률이 0.6%가 되어도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이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킨데 대해 나는 종부세를 내야 하는 해당자였지만 일관되게 종부세 유지를 주장한 바 있다.

종합부동산세제가 큰 집 또는 다주택을 소유한 부유층에게 일시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보유과세의 강화를 위해서는 모든 부동산에 대해 재산세를 올리는 것이 정도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두려워 일부 부유층에게만 높은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이 제도는 하나의 편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보유과세를 높여 부동산 중심국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종부세 제도를 바꾸려 한다면 보유세 부담률을 다시 원점으로 후퇴시킬 것이 아니라 대신 재산세를 올린다든지 하는 대안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소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보유세 부담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계속 올려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부동산 중심사회에 머물러 있는 한 어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 선진화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백년대계를 위해 부동산 중심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혁을 흔들림 없이 밀고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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