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집권세력 내 보수파와 급진파의 내분을 공개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이번 경고가 사실상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철회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이란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하메네이는 최근 국영TV에 출연해 "아마디네자드를 포함한 관료들에게 견해차를 공공연히 표출하지 말 것을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하메네이는 "의회나 행정 관료들의 의견 통합은 종교적 의무인데, 일부 고위 관료들이 이 의무에 의도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메네이의 경고는 겉으론 권력층 내 종파 분열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제기됐다. 최근 이란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제재가 시작된 데다, 실업률이 14.6%에 달하는 등 실정으로 민심이반이 큰 상태다.
집권층은 보수파와 급진파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갈수록 지지세력이 이탈하고 있다. 대통령의 측근이 주축이 된 급진파는 수세국면 탈피를 위해 국수주의를 강조하면서 "이란이 없으면 이슬람교도 없다"거나 "신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성직자가 필요치 않다"는 종교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온건 보수파는 "아마디네자드의 주위를 종교적으로 일탈한 그룹이 에워싸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의 경고는 아마디네자드에 대한 그간의 무조건적 지지를 유보하고,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부정선거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면서 아마디네자드의 입지가 흔들리자 하메네이는 통합을 강조하며 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지금 하메네이는 온건파로부터 아마디네자드를 제거해달라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 정치분석가는 전했다. 이란의 변화가 외부 제재보다 내부 갈등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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