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회동은 보다 큰 그림 속에서 음미할 필요가 있다. 집권 후반기를 맞아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세우고 대선후보 경선 구도의 안정적 관리를 도모하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21일 회동 의미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진행된 이 대통령과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의 독대라는 프리즘 속에서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6 ∙2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을 잇따라 만났다.
올해 1월 김태호 당시 경남지사의 요청으로 한 차례 독대했던 이 대통령은 8∙8 개각 발표 당일인 지난 8일 김 후보자와 조찬을 함께 하면서 국정 전반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이 6∙2 지방선거 참패 후 '세대교체' 성격의 개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는 와중에 진행된 독대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기대가 언급됐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7∙28 재보선 다음날 친이계 좌장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 회동 후 이 후보자의 입각과 8 ∙8 개각의 큰 윤곽이 결정됐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6월 중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독대해 대표직 재임시의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4대강 사업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청와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실사단과 만찬 모임을 갖기 직전에도 정 전 대표와 40여분간 독대했다.
이 대통령은 6월 중에 김문수 경기지사와도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 후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하던 김 지사와의 독대는 주자들간 신경전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독대 정치가 대선후보 경선 구도를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같은 상황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대권주자 9룡(龍)을 관리했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현재 최대 11명에 이르는 여권 대선주자간 경쟁 구도를 감안한 행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사이에 다른 점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당시 가장 유력했던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와 줄곧 긴장 관계를 형성했으나, 이 대통령은 이번에 박 전 대표와도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2일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국정운영에 대해 잠재적 대선주자들의 협력을 구하는 한편 대선후보 경선구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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