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말 육군에 입대해 운전병으로 복무한 김모(31)씨는 2004년 9월 부대에서 단체로 독감예방접종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초 오른쪽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낀 김씨는 군 의무대에서 X레이 촬영 후 한 달간 군병원에 입원했다. ‘오른쪽 어깨 이물 주입상태’ 진단이 나왔고, 민간 병원에서도 같은 검사 결과가 나왔다. 조기 전역 후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 병원 2곳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김씨는 어깨 속 덩어리 형태의 이물질이 수은이란 것을 확인했다. 혈중 수은 농도는 정상인의 24배에 달했다. 수술로 수은 덩어리를 제거했고, 잔류 수은의 위험성 때문에 이후에도 혈액 속 수은 제거 시술을 받기도 했다.
군대에서 수은이 주입됐다고 판단한 김씨는 2007년 국가유공자등록을 신청했지만 수원보훈지청이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법 행정1단독 허성희 판사는 22일 “어깨에 축적된 상당량의 수은은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넣지 않는 한 나타날 수 없고, 통증이 시작된 시점에서 적어도 한달 이내에 주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시 군 의무대에서 수은이 들어간 온도계가 깨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던 점 등으로 미뤄 독감예방접종 과정에서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 주장대로 깨진 온도계 속 수은 제거에 쓴 주사기를 실수로 예방접종에 사용했을 가능성을 주목한 것이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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