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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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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입력
2010.08.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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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ㆍjustice)'의 어원에는 '똑바로 세워진(upright)'이라는 뜻이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지 뒤죽박죽인 상태에서 옳은 것을 바로 세운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20여년 간 최고의 명강의로 꼽히고 있는 '정의' 수업을 해오면서 그 내용을 정리한 책 <정의란 무엇인가> 로 한국사회에도 정의론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마이클 샌델(57) 교수. 그의 이 책은 가치혼돈을 겪고 있는 우리사회에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의 한국어판 발간을 기념해 방한한 샌델 교수를 지난 20일 숙소인 조선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도 경제적 윤택함 이상의 삶을 영유하려는 희망이 있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주어진 인터뷰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는 도덕적ㆍ정치적 논쟁의 중요성과, 개인주의의 극복 대안으로서 공동선을 강조하는 등 자신의 지론을 낮지만 단호한 어조로 설파했다.

- '정의란 무엇인가'를 아는 일이 왜 중요한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현안에 대해 각자 다른 의견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윤리적, 종교적인 문제는 그들 사이에 의견대립을 일으킨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원칙을 세워야 하는데, '정의'란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다."

- <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다보면 흥미로운 지적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구체적 사례를 놓고 벤담, 밀, 칸트 등 거장들과의 토론에 뛰어드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구체적 사례에 대한 결론이 모호해 답답하다는 비판도 있다. 의도적이었나.

"이 책의 목표는 독자들에게 윤리적인 사고로의 여행을 떠나게 하는 것이다. 독자 스스로 윤리적 문제에 대해 도전의식을 갖고, 스스로 결과를 얻어내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여러 사례들은 독자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와 같다.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거장들과 정면으로 부딪혀볼 수도 있다. 책의 마지막 2개 장은 결론 부분으로 내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에 독자들을 막막한 상태로 던져놓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대학에서의 강의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강의를 온라인에 개방함으로써 전세계 대학생들과 하버드대생들이 중요한 철학적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의 젊은이들이 다른 답을 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클래스'를 만들어 전세계 대학생들이 정의에 관해 토론하게 하고 싶다."

- 당신은 공적 영역에서 도덕적 판단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종교적 신념을 적극 개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종교적 색깔을 나타내서는 안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는 한국에서는 이런 주장은 자칫 위험하게 들린다.

"종교와 국가의 분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종교와 국가가 분리되는 것과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는 것은 다르다. 국교(國敎)는 있어서는 안되지만 특정 종교에 자신의 윤리관을 영향받은 정치인이 그것을 표현할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사회적 공론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내 말이 논쟁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유를 보장하는 일은 다른 종교를 더 존중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발언했다가 구설수에 올랐고, 같은 교회 교인들을 고위 공직자로 임용해 비판받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해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말해 나는 종교와 관련된 논쟁이 공론화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좀더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신의 종교관을 밝힐 수 있는 민주적 형태의 공론을 옹호한다. 다원주의 사회의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종교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공론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필수적이다."

- 요즘 미국은 9ㆍ11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이슬람 사원을 신축하는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종교 자유의 문제와 결부시켰다. 미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많은 것 같은데.

"교회, 이슬람 사원, 절을 어디에 세울 것인지를 둘러싼 분쟁은 오랜 역사적 연원이 있다. 전쟁을 하기도 했다. 주로 9ㆍ11테러 희생자들이 이슬람 사원의 건립을 반대하지만 나는 어떤 종교의 신자들이라도 자신이 더 선호하는 지역에 자신의 종교시설을 건축할 자유가 있다고 본다. 정확한 위치는 관련자들이 협상을 통해 정해야 하겠지만 이슬람교도들이 맨해튼 안에 종교시설을 건축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 정치인들이 이런 종교적 논쟁에 적극 개입해도 되는가.

"사원의 설립 위치 논쟁에 지역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이 이슬람에 대해 가진 미국 시민들의 적대감을 이용해 이슬람 사원 논쟁에 뛰어드는 점은 안타깝다."

- 한국에서는 지금 개각과 관련해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공직자나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의 기준은 일반인보다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그러나 공직자에게 적용하는 윤리 기준은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사생활과 관련된 비행(非行)과 정치적ㆍ정책적 결정에 있어서의 비윤리적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 그렇다면 부동산 투기처럼 위법은 아니더라도 비도덕적인 행위를 한 공직자의 경우,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용인할 수 있는가.

"각각의 경우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사생활에서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것은 이 사람이 공익을 위해 얼마나 이바지했느냐와 견주어 판단해야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미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 한국의 4대강 사업의 경우, 사업의 경제적 효율성을 둘러싼 논란 외에도 '자연환경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윤리적 문제가 개입돼 있다. 먹고 사는 것과 관련된 경제적 문제에 윤리적 판단을 개입시키는 것은 '사치'라는 지적도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한국에 와서 두번째로 질문을 받는다. 미안하게도 한국에 온 뒤에야 4대강 사업이 논쟁이 된 걸 알았기 때문에 아직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경제 문제, 환경 문제에 있어서 윤리적 판단은 개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당신이 주장하는'공동선의 정치'는 어떤 정치인가.

"나는 정치라는 것이 사람들을 단지 효율적인 소비자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높은 차원의 자유는 '소비자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시민적 자유'이다. 시장주의의 압력은 공동체적 삶을 훼손해왔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동체적인 삶은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삶이다. 시민적 자유는 이 과정에서 획득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핵심이 교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좋은 삶에 대해 생각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 한국은 개인주의나 자유주의의 역사가 짧고 공동체 문화의 전통이 강하다. 그래서 당신의 주장이 한국사람들에게 잘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당신의 주장과 동양의 전통적 공동체주의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내가 강조해온 것은 시장경제체제가 가족이나 공동체적인 삶을 약화시키고 해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일관되게 공동체적 삶, 공동선,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중시해왔다. 소비자적 관점에서의 개인주의를 반대해왔고 시민적 관점에서 자유를 주장해왔다. 그래서 '공동체주의자'로 불리는 것이겠지."

- 한국은 혈연, 지연, 학연에 따른 배타적 집단의식도 강해 당신의 주장이 자칫 그릇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의 공동체 윤리가 유교적 전통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말하는 공동체주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개인주의적인 자유는 (공동체주의의) 과도한 위계질서로 말미암은 폐해를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미국의 개인주의가 낳은 오류를 보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공동체주의를 옹호한다.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권위주의적 경향이나 관료주의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전제적 사회나 관료주의를 타도하려는 공동체주의, 공동선을 옹호한다."

-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가. 보수주의자인가 진보적 자유주의자인가.

"만일 정치적 논의에서 도덕적ㆍ윤리적 신념을 강조하는 사람을 보수주의자라고 정의한다면 나는 보수주의자다. 그러나 나는 정치에서 윤리적 질문을 제기할 때 문화적인 이슈뿐 아니라 경제적 이슈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도 포함된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윤리적 책임감도 여기에 속한다. 내 대답은 여기까지다. 사람에 따라서 나를 보수주의자로 볼지 진보주의라로 볼지 판단이 다를 것이다."

- <정의란 무엇인가> 의 주 독자는 20~30대 젊은이들이다. 왜 그들에게 이 책이 호소력이 있을까.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가.

"젊은 사람들은 이런 윤리적 문제를 풀어보려는 굶주림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무엇을 믿으며 왜 그것을 믿는가를 알고 싶은 욕망이 있으며, 공동체 안에서 좀더 의미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닐까. 미국에서도 비슷할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 샌델 교수 약력

▦1953년 미국 미네소타 출생 ▦1975년 브랜다이스대 졸업 ▦1980년 최연소(27세) 하버드대 교수 임용 ▦1982년 존 롤스의 <정의론>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출간 ▦2008년 미국정치학회 '최고의 교수' 선정 ▦저서 <민주주의의 불만> (1996) <공공철학> (2005)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200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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