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일본 도쿄 시내 한복판엔 한국 불국사의 다보탑을 그대로 본 따 만든 탑이 하나 세워졌다. 일본 극우단체가 건립한 이른바 '일한합방기념탑'이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을 기념한다 하여 '영세불망탑'(永世不忘塔)'이라고도 불린 이 탑에는 한일강제병합에 기여한 친일파 363명의 이름과 강제병합이 한국의 희망에 의해 이뤄졌다는 내용이 새겨졌다. 1970년대 도시재개발로 철거되었지만 분리된 부재는 어느 신사에 보관돼 있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됐어도 비뚤어진 역사는 여전히 곳곳에 잔재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EBS와 국가보훈처가 공동기획 해 23~27일 오후 2시55분 방송(오후 7시55분 재방송)하는 '경술국치 100주년, 기억 그리고 미래' 5부작은 한일강제병합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치욕의 역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기 위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편당 5분의 짧은 방영시간이지만 EBS의 인기 다큐멘터리 '지식채널e' 제작진이 참여해 밀도 높은 작품을 선보인다.
1부 '의병'은 나라를 뺏기지 않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의병들의 활약상을 다룬다. 1907~1910년 전투에 나선 항일 의병은 전국에서 14만명. 변변한 무기조차 없었는데도 계층과 지역을 초월해 구국에 나섰던 선조들의 당당한 모습이 화면에 투영된다.
2부는 1919년 3ㆍ1운동 직후 설립돼 광복 때까지 항일운동의 본부 역할을 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약을 전한다. 3부는 영세불망탑이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을 살피고, 4부는 일본군위안부와 강제 징용으로 고초를 겪어야 했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는다. 5부 '네 번째 묘'는 서거 100년이 된 올해까지도 유해를 찾지 못해 효창공원에 가묘만을 만들어놓은 안중근 의사의 안타까운 사연을 조명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