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치러진 호주연방 총선에서 여야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해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70년 만에 들어서게 됐다. 헝 의회는 의회가 ‘공중에 매달려 있어(hung)’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어느 정당도 독자적으로 정부구성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정국이 당분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로선 여당인 노동당이나 야당연합 중 누가 소수당과 연정구성에 성공하냐에 따라 집권연장 또는, 정권교체가 가능한 상황이다.
22일 시드니모닝헤럴드(SMH)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78%가 개표된 현재 제1야당인 자유-국민당 연합과 집권노동당은 전체 의석 150석 가운데 72석과 70석을 차지해 과반의석(76석) 확보에 실패했다. 녹색당이 1석, 무소속 4석을 차지했고, 나머지 3석은 당선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수일내 당선자가 나올 서호주주 3석의 경우 노동당이 2석, 야당연합이 1석을 앞서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연정을 위해선 야당연합이 3석, 노동당은 4석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노동당 당수인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가 즉각 무소속 당선자들과 회동하는 등 여야 간 소수당과 무소속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길러드 총리는 “무소속, 녹색당 당선자들과 효과적인 논의를 벌여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재권재창출을 자신했다. 그러나 야당연합을 이끌고 있는 토니 애보트 자유당 당수는 “국민들이 노동당에 과반 의석을 주지 않은 것은 정권 교체를 원하는 증거”라며 역시 무소속과 녹색당 당선자와 향후 정부구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키를 쥔 무소속과 녹색당 당선자 5명의 정치성향이 다양해 어느 쪽도 연정구성을 자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 5명 가운데 친 노동당과 친 야당연합 인사는 2대 3으로 갈린다. 우선 녹색당 당선자인 애덤 브랜트의 경우 앞서 노동당 정부를 지지한 바 있고, 무소속 당선자 가운데 앤드류 윌키 또한 전 녹색당 소속이라 친 노동당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나머지 무소속 당선자 3명은 모두 야당연합의 하나인 친 국민당 인사로 알려졌다. 노먼 앱요른센 호주국립대교수는 “현재로선 토니 애보트가 이끄는 야당연합이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초 노동당이 야당에 14석 앞설 것이란 전망과 달리 참패한 이유로는 밀입국자 급증과, 무리한 경기부양책에 따른 재정적자가 급증이 지적되고 있다. 2개월 전 전 케빈 러드 전 총리를 퇴진시킨 것과, 무리한 자원임대세를 신설한 것도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한 이유로 거론된다.
이번 총선에서 와이엇 로이 자유당 후보가 20세로 당선돼 최연소 기록을 세웠으며, 녹색당도 처음 당선자를 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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