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저지른 외도로 상처 난 부부관계,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부부관계 상담 권위자인 더글러스 스나이더 미국 텍사스 A&M(YES).
스나이더 교수는 21일 고려대 자연계캠퍼스에서 열린 고려대 부부상담연구소 워크숍에 참가해‘외도 이후 부부관계 회복하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국내 부부상담 분야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결혼만족도 검사’기법을 개발했으며 부부상담 분야의 독보적 연구로 미국심리학회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는 임상심리전문가, 부부상담사, 교수 등 100여명이 경청했다. 8시간여 동안 진행된 강연에서 그는“외도로 받은 상처를 묻어두고 겉으로만 형식적 관계를 끌어가는 부부들이 많은데, 이들이 상처를 세심하게 치유하면 이전보다 더 깊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교수는 “미국을 기준으로 육체적 외도가 남성의 20%, 여성의 11%에서 발생하며, 남성의 이혼사유 3위, 여성의 이혼사유 2위에 해당한다”며 “이혼 여부와 상관없이 외도는 부부 두 사람 모두에게 우울증, 자살충동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유발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문을 뗐다. 그래서 부부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면 반드시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심리적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선 상처받은 배우자가 어느 정도 깊은 상실과 좌절을 느끼는지 편지를 써 정제된 언어로 정리하고, 잘못한 배우자도 사과의 편지를 쓰는 등 전문가의 지도하에 행할 일종의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을 요구하는 집안에서 자라 일에 매달리는 남편으로 인해 아내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외도를 하게 된 부부의 치료과정을 소개하면서 배우자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분노에 치를 떨었던 남편도 아내가 어릴 때 친부모에 버림받고, 입양된 뒤 입양부에게 다시 버려진 상처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국 용서했고 이후 부부관계가 더 돈독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OECD 가입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한 한국에 대해서는 그는 “외도 문제로 발생하는 스트레스 증상은 가족과 자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3~4회 치료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와 의료보건시스템 전반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식의 정신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불건전한 결혼생활의 고통을 아이들에게 전가하는 최악의 상황을 지속할 바에야 이별을 택하라”라고 조언했다. 또 “특히 잘못한 배우자에게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거나 폭력이 개입된 상황, 반성과 후회가 보이지 않는 경우 등에서도 단호하게 이별을 선택하라”고 충고했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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