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인생학에 관계되는 ‘수리적 사고와 행복한 삶’이라는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수강 학생들이 수학교육과 교수가 인생 강좌를 만든 것에 의아심을 나타내곤 한다. 수학에서 다루는 개념들을 통해 인생 문제를 통찰하는 관계를 대부분 모르기에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 수업을 하면서 강조하고픈 것은 행복한 삶에 필요한 소양을 인식하고 인생의 문제 해결력을 미리 함양하자는 것이다. 특히 대학생들은 앞으로 취업, 결혼, 인생 목표 등 몇 번의 나비효과 지역을 통과하기에 그러한 능력들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인생 전체를 보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생 그래프를 직접 그려보도록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생 그래프를 처음에는 직선으로 대강 그리지만 생각이 깊어질수록 곡선으로 표현하게 된다. 얼마 전 매스컴에 소개되어 자기 이름만 입력하면 인생굴곡그래프가 제시되는 사이트가 있었다. 그러나 동명이인이 똑같은 운명이 아님에도 같은 상황으로 표현되는 명백한 허점이 있어 흥미 차원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인생 그래프를 그리면서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과거에 대한 그래프는 이미 결정이 난 상황이기에 나름대로 하나의 경로로 그릴 수 있다. 반면, 미래의 그래프는 현재의 생각과 대처 방법에 따라 변화무쌍한 경로를 밟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의 그래프 중 어떤 곳에서는 나무를 옆으로 누인 모양의 수형도 형태이거나 호스의 끝 부분에 힘을 줬을 때 여러 갈래로 뿜어지는 물줄기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인생 그래프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기 인생에서 여러 경로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 있음을 알려주고자 한다.
인생에서 대부분의 경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지만,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인해 다양한 트랙으로 갈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입시나 취업에서 간발의 차로 당락이 갈리고, 누구의 한마디로 인생항로가 바뀌며, 직업선택에 따라 배우자와 인생까지 달라지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학생들에게 이런 시기가 다가오고 있으며,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게끔 충실하게 대비하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터닝 포인트를 잘 포착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큰 안목에 의한 통찰력, 정확한 예측력, 철저한 분석력, 사전 포석능력과 함께 성실하게 준비하고 올바른 방향을 유지하는 일 등을 꼽을 수 있다.
크게 멀리 보면서 핵심을 찾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일상의 범주로부터 ‘조금 더’를 추구하는 극대ㆍ극소 영역으로의 확장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하며 특히 과학과 수학을 잘 배워야 한다. 과학은 극대세계를 다루는 지구과학으로부터 극소세계를 다루는 물리학까지 네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학은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도구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에 적합한 과목이다.
누구나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이기에 몇 차례 없는 터닝 포인트를 잘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국가는 잘 설계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인식 세계를 극대ㆍ극소 영역까지 확대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2014학년도 수능 개편 방안에서 인문, 예ㆍ체능계 학생들이 치를 수학A에 극대ㆍ극소 영역을 다루는 데에 긴요한 미분ㆍ적분 분야가 포함된 것은 그런 면에서 바람직한 조치다. 반면 학생들의 선택이 생명과학, 화학에 주로 쏠리고 물리와 지구과학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과학탐구 네 과목 중 한 과목만을 선택하는 체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초행길 삶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인생 전체를 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과 함께 핵심을 더 잘 분석할 수 있는 세분화 능력이 동시에 모두 필요하다.
문권배 상명대 사범대학장ㆍ수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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