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국채금리 하락세(국채가격 상승세)가 거세다. 특히 미국의 경우 10년물 국채 금리가 2.5%대로 떨어졌고 국채 2년물 금리는 0.49%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국채 10년물 금리가 2.5%대로 떨어진 것은 리먼브라더스 파산 당시 일시적으로 2.08%까지 급락한 시기를 제외하면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금리가 이렇게 떨어지는 이유는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늦은 속도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경기확장을 자신하며 출구전략을 염두에 두었던 연방준비제도(Fed)도 지난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역사적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국채 수요가 급증하며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적당히 낮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면 경제주체들로선 큰 부담 없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으므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친 금리하락은 경제주체들에게 나쁜 상상을 하게 만든다. 바로 디플레이션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경기침체다.
따라서 미국 채권시장의 최근 움직임은 지금까지 주식시장이 걱정했던 더블딥(이중 침체) 가능성에 대해 채권 투자자들이 이미 베팅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일본식 장기불황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인데 만약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경제는 또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찾아온 일본의 디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장기불황을 현재 미국 경제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시 일본은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강세로 인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됐고,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이 5년 이상 지연되면서 초기에 부실을 제거하지 못하고 회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키웠으며, 부동산 가격 하락과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인해 중산층의 소비여력 위축이 장기적으로 지속됐다.
반면 현재 미국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금융위기 발발 초기 신속히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 금융기관을 안정시켰고,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을 막아내고 있다. 미국 가계의 소비여력이 아직 크게 확충되고 있지는 않지만 저축을 늘리며 꾸준히 부채를 줄여나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의 금리하락은 Fed의 추가 양적 완화 정책 발표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국채 가격은 다소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 언제 붕괴될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답답하지만, S&P500지수의 연간 배당수익률이 2%에 달하는데 국고채 2년물 금리가 0.49%밖에 안 되는 상황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주 국내 증시는 주요 글로벌 증시 대비 선방했다. 최근 외국인의 매매가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나 당분간 국내 증시의 선방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증시가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탄력적인 상승을 보이기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지표가 다소 안정을 찾을 때까지 1,700대초반~1,700대후반을 염두에 둔 박스권 매매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적이 좋은 화학 업종과 자동차 업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정보기술(IT)의 경우 실적 정점 통과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므로 3분기 실적이 나와야 반전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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