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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랑스 무용수 부부, 낯설음으로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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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랑스 무용수 부부, 낯설음으로의 유혹

입력
2010.08.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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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자체 기획공연을 하기까지 3년이 걸렸네요. 내 작업 하려면 빚을 질 수밖에 없어 초청공연만 다녔는데…. 늦었다고 생각 안 해요. 모든 게 운명이죠.”(김봉호)

대중과 그리 가깝지 않은 현대무용계 내에서도 변방에 있던 에오시(Et Aussiㆍ프랑스어로 ‘그리고 또한’이란 뜻) 무용단. 김봉호(36)씨와 프랑스인 부인 셀린 바케(31)씨 부부가 2007년 만든 이 단체는 우리나라에서 무용 레지던스(예술가들이 일정 기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소통하며 창작에 몰두하는 프로그램)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레지던스 창작방식을 고집했고, 그만큼이나 생소한 즉흥 춤을 공연해왔다.

지금껏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낯선 시도가 이제서야 빛을 본다. 에오시 무용단의 첫 기획공연 ‘보이지 않는 여행(Invisible Journey)’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4, 25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열리는 것. 김씨는 “제작비 5,000만원 중 1,900만원을 지원받아 나머진 빚을 내야 한다”면서도 “큰 무대에서 우리 이름으로 공연하는 이 기회가 너무 소중하다”고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바케씨는 3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해 프랑스 최고의 현대무용 대학인 파리 국립고등무용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인재였다. 무용수로서 얼마든지 안정적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그는 그러나 오래도록 미국, 스페인 등을 떠돌았다. “성공도 인기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모든 면에서 0에 가까워야 내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한국에는 2001년 살풀이춤에 매료돼 머물기 시작했다. 전남 해남 출신의 가난한 연극배우였던 김씨는 지인을 통해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김씨가 바케씨의 퍼포먼스 분장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져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문화적 차이가 컸고, 경제적 어려움도 지속됐다. “무용인들 중에서 무용만으로 먹고 사는 이는 10%도 안될 것”이라는 김씨의 말마따나 집에는 쌀 떨어지기가 일쑤였다. 그럴 때면 김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바케씨는 프랑스로 수출하는 한국 전자제품에 안내 멘트를 녹음하는 아르바이트 등을 해가며 무용단을 유지했다. 김씨는 “나는 예술을 믿는다. 예술은 삶을 위해 존재하므로 내가 예술을 대하는 것도 진실되어야 한다”는 바케씨의 예술관에 공감했고, 두 사람은 우직하게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부부는 남미로 가서 예술교육봉사를 할 계획이다. “비행기값 마련하는 게 숙제”라는 이들의 얼굴에는 하지만 걱정 대신 웃음이 번졌다.

●‘보이지 않는 여행’은

공연은 김씨 부부와 마다가스카르의 가브리엘 사하누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모에케치 코에나 씨 등 4명의 현대무용수가 ‘(미래 세대에게) 우리의 전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고민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해 마다가스카르의 이트로트라 축제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고양아람누리 연습실에서 이번 공연을 위해 레지던스 중이다. 코에나씨는 “각자 언어가 달라 말로는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몸으로 대화하고 있다”면서 “각 문화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샤머니즘에서 다 통하더라”며 작품 내용을 살짝 귀띔했다. 남사당놀이 인간문화재 이봉교씨 등이 풍악을 울린다. (02)743-9227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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