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재계 화제의 중심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직을 수락한 이희범 STX에너지ㆍ중공업 회장이 있었다. 재계에서는 그의 회장직 수락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에도 경총 회장으로 한 차례 추대됐으나 취임을 거부했던 인물. 당시 이 회장이 고사한 것은 경총 회장직을 맡기 싫어서라기보다는 막무가내식 추대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으나, 이미 한 번 거절한 자리를 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
그러나 반년 동안 경총 수장 자리를 비워둘 수 없었던 재계 원로들이 그에게 몰려가 삼고초려를 거듭하며 부탁을 하자 이 회장도 더 이상은 이를 거부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최초의 비경영인 출신 경총 회장이다. 경총은 1970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독립한 이후 김용주 전 전방(옛 전남방직) 회장,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김 전 회장의 아들인 김창성 회장, 이수영 OCI 회장 등 경영인들이 이끌었다.
반면, 이 회장은 행정고시 12회로 상공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ㆍ차관까지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기업에 몸을 담은 기간은 지난해 3월 STX에 합류한 이후 1년여가 고작이다. 이 회장은 무역협회장에 이어 경총 회장이 되면서 경제5단체 중 2개 단체의 수장이 되는 진기록도 세우게 됐다.
하지만 앞날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경총은 사용자측을 대표해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기관이다. 빛은 나지 않고, 리스크는 크다. 경총 40년 역사에 회장이 단 4명이었고 최근 6개월 동안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 상황도 결코 녹록하지 않다. 정부는 연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사측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고, 노동계는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허용 등 일대 변혁에 대처하느라 여유가 없다. 이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사문제 역시 상생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다음달 6일 취임 이후 상생의 노사관계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재계와 노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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