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강원 인제군에 하루 최고 30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끊겼으며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18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564가구 1,444명에 달했다. 재산 피해만 2,000억 원을 웃돌았다. 정부는 인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행ㆍ재정적 지원에 나섰다. 국민들도 피해 복구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수재의연금과 물품 기부가 이어졌고, 복구 지원 봉사활동이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비리는 있었다. 사망ㆍ실종자 가족과 이재민에게 돌아가야 할 성금이 줄줄 샌 것이다. 비리를 저지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인제군수 등 인제군 공무원들이었다.
재해구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 기탁된 수재의연금은 전액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즉시 송금해야 한다. 지자체는 협회 심의ㆍ의결을 거쳐 배분된 성금만 집행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인제군수 등은 수재의연금 10억원 중 2억원만 협회로 송금하고 8억원을 별도 예치한 뒤 '돈 잔치'를 벌였다. 군수는 명절에 수억원 어치의 상품권을 자신 명의로 이재민에게 돌렸다. 공무원들은 협회가 보내온 의연금 10억원 중 7,000만원을 회식비 등으로 탕진했고, 한 공무원은 1억원을 빼돌려 아파트를 사는 데 썼다. 경찰 조사결과 군수는 돈을 협회에 송금해야 한다고 직언하는 공무원을 인사 조치까지 했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재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사비를 털진 못할망정 지역민의 고통을 기화로 잇속을 챙겼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들을 믿고 자립과 재건을 위해 땀 흘리며 고통을 감내해 온 인제군민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의 타락으로 인해 행여 또다시 재해가 발생했을 때 고통을 분담하려는 국민적 성원이 줄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재해구호협회가 2008년부터는 이재민 예금계좌로 직접 의연금을 송금하고 있어 그나마 공무원 비리의 소지가 줄어든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 이전에 거둔 의연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는 면밀히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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