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엘 루비니 등 지음ㆍ허익준 옮김
청림출판 발행ㆍ508쪽ㆍ2만2,000원
“경제위기는 예측할 수 있다. 위기는 반복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결코 100년 만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발생한 이래 수없이 일어난 위기의 하나였을 뿐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경제위기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을 냈다. 스티브 미흠 조지아대 교수와 함께 펴낸 이 책은 ‘시장이 어떻게 잘 작동하는가’를 다루는 주류 경제학 서적들과는 정반대로 ‘왜 그리고 어떻게 시장이 실패하는가’를 주제로 삼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역사상의 경제위기와 이를 분석한 존 스튜어트 밀, 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하이만 민스키 같은 경제학자들의 학설을 살펴봄으로써 경제위기의 본질을 분석해 들어간다. 투자자들이 호황기에 한몫을 쥐기 위해 과다한 빚을 지게 되면 거품이 이리저리 퍼져나간다. 신용대출이 쉽게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빌린 돈으로 투자를 감행한다. 소비는 늘고 기업은 이익을 내면서 개인과 기업은 더 쉽게 돈을 빌려 더 쉽게 쓴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하지만 거품자산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거품은 꺼지고 일시에 재앙이 닥친다.
이런 수순은 1630년대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로부터 1710년의 미시시피 회사 사건, 1929년의 대공황 등을 거쳐 2008년 금융위기까지 모든 경제위기에 공통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렇게 일반적이고 반복되기 때문에, 경제위기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때 불쑥 나타나는) ‘검은 백조’가 아니라 그냥 ‘백조’ 현상으로 불러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나 위기는 반복되지만,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반복된다. 저자들은 과거에는 과학기술 혁신이나 특정 상품 또는 원자재의 부족 현상, 새로운 해외시장의 등장 등이 거품 조장의 촉매제가 된 반면 2008년 위기에서는 자산담보증권(ABS),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부채담보부증건(CDO) 등 점점 복잡해진 구조화 파생상품이 그 범인이라고 지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의 여파는 최소한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자들은 향후 세계 경제 회복의 시나리오는 수 년간 평균 이하의 성장세를 보이는 U자형의 지루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히 위험한 부문으로 낮은 생산성과 고령화 문제, 국내총생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공부채가 큰 유로화 사용지역과 일본을 꼽는다.
한국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저자들은 신흥경제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일컫는 ‘BRIC’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한국을 꼽고 ‘BRICK’이 되어야 할지 모른다 말한다. “한국은 정교한 첨단기술로 무장한 경제대국이다. 혁신적이며 숙련된 노동력을 보유한 국가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치가 문제다.”
저자들은 또 경제위기의 처방전으로 거대 금융기업을 분할하고, 은행을 예금을 받아 단기대부를 하는 단순한 은행으로 되돌릴 것을 제시한다. 경제사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위기의 본질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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