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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유의 비극을 넘어' 공유자원의 고갈, 공동체 자치로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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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유의 비극을 넘어' 공유자원의 고갈, 공동체 자치로 막아라

입력
2010.08.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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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 오스트롬 지음ㆍ윤홍근 안도경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ㆍ488쪽ㆍ1만9,800원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자연자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고갈을 막을 것인가. 각자 욕심껏 쓰도록 하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물고기 씨가 마르고, 지하수를 너무 뽑아내서 수자원 부족을 겪고, 남벌로 숲이 파괴되는 일은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흔히 두 갈래로 나뉜다. 국가가 통제하거나, 사유화해서 개인이 알아서 아끼도록 하거나.

는 제3의 길을 주창한다. 공동체 자치 관리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공유자원은 사용자들 공동체의 자발적 조직화와 협력으로 잘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엘리노 오스트롬은 이 책으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노벨경제학상 선정위원회는 그가 이 책을 통해 “공유자원은 제대로 관리될 수 없으며 완전히 사유화하거나 정부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는 전통적 견해에 도전”했다고 평가했다. 또 수많은 사례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공유자원 관리체계에 나타나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게 있다. 생물학자 개릿 하딘이 1967년 발표한 이 모델에 따르면, 공유 목초지는 목동들이 저마다 자유롭게 양들을 풀어놓기 때문에 결국 과잉방목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비극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공유자원을 잘 관리하는 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조직화의 원리를 찾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저자는 공유재의 자치 관리를 위한 이론적 틀과 분석 도구를 상술하고, 세계 곳곳의 구체적 사례를 검토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점검함으로써,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론적 설명은 정교하고 복잡해서 읽으려면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사례와 연결해 설명하는 대목은 어렵지 않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이다. 자발적 협력을 통해 공유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의사결정의 각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서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 적합성을 추구한다.

국가의 개입이나 개인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다. 공동체 자치관리 또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국가와 개인과 공동체의 각 수준에서 적절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분명히 밝힌다. 국가의 개입은 사용자들의 욕구나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 규제로 나타날 수 있고, 각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곧 집단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간 지점으로서 공동체 자치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용자 공동체의 자치에 의한 공유재산 관리가 어떤 조건, 어떤 환경에서 성공하고 또 실패하는지는 사례 연구에서 자세히 밝힌다. 연안 어장, 소규모 목초지, 지하수 지대, 관개 시설, 지역 공동 삼림 등의 공유자원 사례를 다뤘다.

터키의 작은 어촌 알라니아의 어장 관리는 전자에 속한다. 이 곳의 100여 어민들은 1970년대 경쟁적 남획으로 어장이 황폐해지고 주민들 사이에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자 조업 구역을 나눠 순번제로 어로에 나섬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자발적 감시와 상호 통제로 규칙 위반을 막고 어장을 지킨 것이다.

반면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와 노바스코시아 어장은 실패 사례다. 그곳 어민들은 전통적으로 어장을 잘 관리해 왔는데, 정부가 어업면허제도를 도입한 뒤로 공동체 관리가 무너져 버렸다. 정부의 획일적 규제 정책에 반발한 어민들의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고기를 잡아와서, 우리 어장에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소규모 마을 단위로 잘 관리되던 숲이 정부의 국유화 이후 망가져버린 것도 국가 개입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 책을 한국 상황에 비추면 생각할 거리는 더 많아진다. 4대강 사업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나 공동체의 자치 관리는 애초부터 배제됐다. 4대강 사업을 걱정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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