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정부가 발표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공무원, 특히 5급 이상 공무원 충원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우선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지금의 행정고시가 내년부터‘5급 공채’시험으로 바뀌는 것이다. 또 5급 채용인원의 50% 까지는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선발하는 전문가 채용시험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행정고시를 통해서만 5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있던 오랜 폐쇄적 제도의 문호를 개방하는 획기적 변화이다.
채용 경로 다양화는 시대 흐름
이와 함께 현재 실ㆍ국장급 고위공무원단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개방형 직위도 과장급까지 확대된다. 개방형 제도를 통해 충원된 계약직 공무원의 경력직 전환도 지금보다 쉬워진다.
채용 경로의 다양화로 요약할 수 있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개방과 경쟁, 그리고 성과를 강조하는 현대 인사행정의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21세기 행정 환경에서 정부가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질을 갖춘 인재를 제때에 확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방성 높은 공직구조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 정부의 공직구조는 개방성 측면에서 26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20위에 머물 정도로 폐쇄성이 강하다. 60여 년 전 환경에 맞춰 설계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대규모 공채 위주 채용방식은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고시출신 중심의 고위직 구성은 경쟁 부족을 낳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대응방안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학교 교육의 정상화, 국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이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
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선발과정의 공정성 확보가 절실하다. 내년에 새로 도입
하는 5급 전문가 채용시험이 필기시험 없이 진행될 경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있다. 응시자들의 전문성과 공직자 자질을 심층 검정할 수 있는 역량 있
는 시험위원 풀(pool)을 확보하고, 타당성 있는 평가기법을 개발하는 등 전반적
인 시험관리 능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중ㆍ장기적으로는 새 제도의 안정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착을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 채용 비율의 단계적 확대를 통해 전문가 채용자들이 공채 출신과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과장급 개방형 직위도 기존 공무원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집단을 형성하도록 점차 선발 비율을 늘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양한 채용 경로를 통해 공직에 진입하는 집단 간의 융화를 위한 대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편 방향ㆍ내용 정확히 알려야
마지막으로, 성공적 변화관리의 관점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성공적 변화관리의 요건 중 하나는 이해 당사자들과 변화의 필요성과 내용에 관하여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다. 이번 채용제도 개편안 발표로 인하여 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내용의 정확한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행정고시 자체가 폐지된다든지, 행정고시를 대체할 5급 공채의 예정 선발인원이 내년에 당장 30%나 줄어드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이렇게 잘못 소통된 정보는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높일 수 있다.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서의 공무원 채용제도 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무엇보다 이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정욱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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