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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국 고전에서 길어낸 '사람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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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국 고전에서 길어낸 '사람 사는 이야기'

입력
2010.08.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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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344쪽ㆍ1만5,000원

중국 문학과 사상 속 옛이야기의 세계를 가볍게 산책하며 그 시절 삶과 사람 냄새를 맡아보는 교양서다. 2000년 전 한나라 때 세간에 유행하던 노래부터 명나라 말 4대 기서로 꼽히는 '삼국지'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까지 고전의 숲을 거닐며 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저자 김선자씨는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 , 위안커의 <중국신화사> 번역 등으로 알려진 동양신화 전문가이자 중국문학 연구자다.

작품별 소개나 평가는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그보다는 작품이 나온 시대적 배경과 거기에 깃든 당대의 삶을 살피고, 작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한다. 저자가 만나고 싶어하는 것은 피와 살을 지닌 '사람'이다. 문학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초나라 시인 굴원이 멱라수에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고뇌에 공감하고, 불후의 역사서 <사기> 를 쓴 사마천이 주유천하로 식견을 넓힌 '길 위의 여행자'였음에 주목한다. 무위자연의 자유인 장자의 참모습을 보기 위해 숲 관리인이면서 짚신장수로 살았던 그의 삶을 떠올리고, 위대한 사상가로 우뚝 서기 전 창고지기 청년이었던 공자를 기억한다. 공자를 정면으로 비판한 불경죄로 수감 중 자살한 명 말의 양명학자 이탁오의 당당한 기개에 감탄하기도 한다.

이 책은 고전에 드러난 옛사람의 희로애락을 살펴 지금 우리의 삶과 나란히 견주곤 한다. 머나 먼 전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병사의 한숨, 야반도주나 죽음으로 사랑을 지킨 연인들의 이야기, 시대의 횡포에 맞선 지식인의 분노, 남자들의 그늘에 가려진 재주 많은 여인들의 눈물, 어지러운 세상을 버린 은둔군자들의 참뜻 등을 장을 나눠 그린다. 역사를 배경으로, 약간의 상상력을 지렛대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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