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60일간 도피행각을 벌이다 19일 자수한 오현섭 전 여수시장이 8개 시ㆍ군을 옮겨 다니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 전 시장은 현직에 있던 지난해 4월 시가 발주한 야간조명경관사업 시공업체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의 도피행각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다음 날인 6월 19일부터 시작됐다. 지인 이모씨의 도움으로 광주로 피신한 오 전 시장은 기(氣) 치료를 하는 하모씨를 만나 허리치료를 받았다. 그 직후 하씨의 소개로 전남 화순군 산 속 김모씨의 별장에서 16일간 은신했다.
7월 5일 이씨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오 전 시장은 별장 주인 김씨의 지인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이용, 부산에 도착한 뒤 여관에서 3일간 지내다가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불안감에 바로 인적이 드문 경기 양평군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다시 강원 속초시로 떠났다.
속초에서 별장 주인 김씨와 통화를 한 오 전 시장은 경찰이 며칠 전 별장까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택시를 타고 강릉으로 도피했다. 강릉 버스터미널에서 짙은 선글라스를 쓴 채 혼자 승차권을 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기도 했던 오 전 시장은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또 자취를 감췄다.
경찰 관계자는 “40여일간 서울에서 이틀마다 여관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고 하지만 어느 지역에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지인들과는 공중전화를 사용해 추적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도피를 도운 하씨 등 지인 5명은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됐다. 이 중 처음부터 도피 경로를 기획하고 은신처를 마련해준 이씨는 오 전 시장의 행적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 구속됐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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