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요청하러 경찰서를 찾았다가 도리어 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해 의식불명이 된 60대 청각 장애인에게 해당 경찰관과 국가가 1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청각장애인 박모(68)씨는 지난해 9월쯤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입구 근처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서울역 방면으로 택시를 탔고, 택시 기사에게 “중계역 앞”이라고 쓴 메모지를 건넸다. 그러나 택시 기사는 박씨 글씨를 알아보지 못해 승차한 곳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남대문경찰서에 내려줬다.
박씨는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 손짓 발짓으로 자신이 장애인임을 알린 뒤 ‘죄송합니다. 농아자. 수유동, 택시’라고 쓴 종이를 건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를 지켜보던 경찰관 강모(38)씨는 박씨가 쓴 글을 읽어 보지도 않고 얼굴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강씨는 이어 박씨를 현관 밖으로 끌어낸 뒤 넘어진 박씨가 계속 코피를 흘리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던 박씨는 30여분 뒤 서울역 지구대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갔지만 급성 경막하 출혈로 지금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권기훈)는 박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강씨는 박씨에게 폭력 등을 행사해 급성 경막하 혈종을 발생시켰고 이후에도 보호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박씨를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했다”며 “국가와 불법행위자인 강씨는 박씨와 가족들에게 1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강씨는 상해죄로 기소돼 지난 6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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