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지난 3주 동안 계속된 홍수로 1,500여명이 사망(현지시간 19일 기준)하는 등 위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틈타 탈레반 등 무장세력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일 AP통신 등 외신들은 "정부군과 경찰 대부분이 구조활동에 투입되면서 탈레반이 탁아시설을 노려 아이들을 빼돌리고 이재민을 선동하는 등 재난을 세력확대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수가 나기 전 정부군이 탈레반 치하에서 해방시켰던 파키스탄 북서부 스와트 밸리가 다시 무장세력의 영향권에 들어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NYT는 "이곳은 매우 강경한 이슬람무장단체가 준동하던 지역이나 최근 정부군이 이들을 몰아내면서 인구가 느는 등 빠르게 안정되고 있었다"며 "하지만 홍수를 틈타 무장단체의 세력이 재건되고 있고, 이들이 곤궁에 빠진 이재민을 도와주면서 민심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국가적 재앙이 무장세력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재민에게 물자를 제공하며 환심을 사고 있으며, 고아들을 기지로 끌고 가 미래의 테러리스트로 교육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드시 테러리스트들의 이 같은 시도를 분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견에 참여한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도 "대형 홍수가 정치적, 혹은 이데올로기적 목표를 위해 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공동의 적인 탈레반에 적극 대응할 것임을 다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샤 마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19일 "홍수의 손실이 쌓이면 대 테러 전쟁이 어렵게 돼 그 동안 잡은 승기를 놓칠 수 있다"며 원조 확대를 요청했다. 유엔도 이날 총회를 열어 파키스탄 지원을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430억 달러에 달하는 홍수 피해액 충당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파키스탄이 슬로모션으로 다가오는 쓰나미를 겪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연대를 시험할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가 1주일 동안 거절해온 숙적 인도의 구호금 제안에 대해 20일 수용을 결정했다. 쿠레시 장관은 이날 인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제안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인도 언론들은 "파키스탄이 인도 정부의 500만 달러 이상의 구호금 제안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해 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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