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에도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며 미국 프로야구 투수부문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을 일곱 차례나 수상한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48)가 약물복용 혐의를 부인해오다 결국 위증죄로 기소됐다.
미 연방대배심은 19일 클레멘스를 스테로이드 복용과 관련해 의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클레멘스는 2008년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금지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클레멘스의 개인 트레이너였던 브라이언 맥나미는 의회 청문회와 연방수사당국 조사 등에서 1998년부터 2001년 클레멘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뉴욕 양키스에서 활동하던 당시 그에게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을 12차례 이상 주사했으며, 그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클레멘스는 “(맥나미가) 비타민과 진통제를 주사한 적은 있으나, 스테로이드 등 금지 약물을 주사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와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같이 활동했던 동료 투수 앤디 페티트가 의회에서 클레멘스가 자신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사실을 털어놨었다고 증언해 클레멘스에게 큰 타격을 줬다.
이 같은 증언을 토대로 미 검찰은 클레멘스를 거짓 증언 등 총 6건에 대해 기소했으며 연방대배심이 이 기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21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클레멘스는 20일 변호사를 통해 “이번 기소를 통해 자신의 무죄가 확실해질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위증혐의 기소는 전설적 시카고 갱단 두목 알 카포네 이후 검찰이 거물을 골탕 먹이기 위한 단골 수법”이라며 “위증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언뿐 아니라 직접적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도 위증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처벌을 피했다. 최근 위증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거물은 미 여성 육상스타 매리언 존스 정도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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