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國璽)를 욕되게 하지 마라. 국새는 혼을 담아 완벽히 만들었다."
2007년 새로 제작된 4대 국새를 주물 작업한 귀금속가공장으로 이번 금 전용 의혹을 폭로한 이창수(46)씨는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국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씨는 금이 전용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 국새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국새 제작 과정을 담은 4대 국새백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민홍규 국새제작단장은 국새의 형태를 밀랍 조각했고 내가 합금과 주물 작업을 직접하며 국새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국새제작단에서 금을 직접 관리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금을 민 단장이 추가로 투입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며 "민 단장의 주장은 금의 성질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거짓말이다. 구리가 녹는 점이 금보다 낮은데 어떻게 구리는 남아 있고 금은 사라질 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민 단장은 18일 금 전용 의혹에 대해 국새 제작 과정에서 금이 부족해 2㎏의 금을 개인적으로 추가 투입했으며, 남은 금은 제례 의식 때 태워 없앴고 구리 흔적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씨는 민 단장이 국새 제작 후 남은 금으로 도장을 만들어 정치권 인사와 당시 행정자치부 공무원에게 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당시 여당 유력 중진이었던 정모 의원과 행자부 차관이었던 최모씨는 도장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국새가 전통 방식이 아닌 현대식으로 제작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통 방식이라는 원천 기술은 처음부터 없었다. 주석도 쓰이지 않았다"며 "민 단장이 균열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 3대 국새를 비난하며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면 다르다고 주장해 그런 방식이 있는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이며 금의 성질을 잘 알면 현대 기술로도 별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 단장은 "전통 가마인 대왕가마에서 만들었고 국새를 만들 때 주석 성분을 넣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민 단장의 고향인 경남 산청군에 국새종합전시관이 건립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새를 만들던 2007년 10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 민 단장은 작업실이 있는 경기 이천시 일대에서만 있었고, 국새 완성도 이곳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국새 제작단이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을 전용, 공직자들에게 줬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자체 감사도 벌일 예정이다.
한편 국새와 관련한 이씨와 민 단장 간의 다툼은 최근 언론의 시선을 끈 황금 골프 퍼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황금 퍼터 제작에 뛰어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자신이 국새 제작자라고 주장하면서 반목하게 됐다는 것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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