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채린ㆍ채원아, 너희와의 인연이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가 않는구나."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1층 이벤트 홀에서는 가 열렸다. 생후 11개월 된 채린ㆍ채원 쌍둥이 자매의 생일축하 편지를 미리 읽는 한은정(41)씨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큰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 준 데 대한 기쁨보다는 얼마 후면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일까. 간간히 환한 웃음도 지어 보였지만 한씨 얼굴에는 슬픈 표정이 묻어났다.
길어야 1년짜리 엄마의 소회
이진구ㆍ한은정 동갑내기 부부가 쌍둥이 자매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중순. 20대 미혼모인 A씨가 형편상 어쩔 수없이 채린ㆍ채원 쌍둥이 자매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홀트)에 맡긴 직후였다. 당시 자매는 태어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고 미숙아여서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고 있었다. 한씨는 "까만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쳐다보는 모습이 마치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하는 듯했다"고 떠올렸다. 그날 저녁 한씨는 남편과 함께 쌍둥이 자매를 한 명씩 안고 돌아온 뒤 인형처럼 작고 예쁜 얼굴을 쳐다보느라 밤을 지새다시피 했다.
주위의 권유로 2006년 12월 위탁모를 시작한 한씨는 지금까지 은비 준호 미정 등 세 아이를 품에서 떠나 보냈다. 짧게는 6개월에서 1년여간의 만남이었다. 한씨는 "지난해 8월 미국으로 떠나 보낸 미정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생후 2개월 된 미정이는 자주 경기(驚氣)를 일으켰다. 돌이 될 때까지 매주 두세 차례 외래진료를 받았고 신경안정제 치료를 했다. 다행히 차츰 증세가 나아졌고 입양을 보낼 때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한씨는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입양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온통 쌍둥이 자매에 관심을 쏟다 보니 정작 직접 낳은 자녀들이 질투심이 생길 듯도 했다. 곤히 잠든 채린이를 안고 있던 작은 딸 유진(금옥중 1년)양은 "막내 동생이 생긴 것 같아 더 좋다"고 했고, 남편 이씨도 "퇴근하고 돌아와 쌍둥이를 보면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징검다리 전국에 600곳
이날 에는 한씨와 같은 위탁모가 입양을 앞둔 아기 20여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기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실타래 돈 마이크 연필 망치 등을 상에 가득 늘어 놓은 뒤 돌잡이 행사도 가졌다.
행사를 후원한 이플러스(eplus21.com) 이근표 대표는 "부득이한 이유로 입양 시설로 보내지는 아기들 또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이자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환기하고자 기획했다"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입양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홀트에 등록된 위탁가정은 전국에 600여 곳. 신청인이 25세 이상 60세 이하로 아동 양육 경험이 있고 막내가 초등학생 이상이면 위탁가정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신청서를 접수한 뒤 상담원의 가정방문을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아기 돌보기 교육을 거쳐 위탁양육이 시작된다. 위탁가정에는 월 40여만원의 양육비와 양육 물품이 지원된다.
한씨는 "위탁양육이 끝나고 입양을 보낼 때면 반 정도 넋을 잃을 정도로 슬프지만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2,439명(국내 1,314명, 국외 1,125명)의 아기가 새로운 부모 곁으로 갔다.
위탁가정 문의 및 신청은 홀트 아동양육팀으로 하면 된다. (02)322-8671~2, 9295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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