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논란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선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밝히기 위한 특별검사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재단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차명계좌’ 발언을 검찰에 고발, 검찰이 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정치권이 격랑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이 문제는 역사적 진실의 문제인 만큼 정쟁대상으로 삼지 말고 특검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16일 홍 최고위원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차명계좌 의혹에 대한 특검 실시를 제안한 바 있다.
당 지도부 가운데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도 조심스럽게 특검의 필요성에 동조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안형환 대변인은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지켜본 뒤 특검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면 그 때 움직여도 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차명계좌 특검에 대한 개별 의원들의 의견이 개진되고 있지만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서거한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록을 다시 열어봐야 한다는 게 국민 감정에 반할 수 있고, 현 정부가 강조하는 ‘국민 화합’과도 거리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특검 실시 주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들에 대한 야권의 파상공세를 차단하려는 내부기류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조 후보자의 발언으로 차명계좌 논란이 제기된 만큼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민주당이 떳떳하다면 특검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친노 진영은 “노 전 대통령 두 번 죽이기”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권이 인사청문회로 어려움에 처하니까 물타기를 위해 특검 등을 운운하지만 다 쓸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의 특검 실시 주장이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을 가리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찰 관계자가 ’차명계좌는 없다’고 밝힌 마당에 특검 실시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청문회를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덫에 걸려들지 않겠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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