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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커버스토리 - 과일들의 반란… 작고 덜 단데 몸값만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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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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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배. 이번 가을에는 몸 값 좀 나가려는 모양이야. 지난 봄부터 예견되어 온 것이긴 하지. 4월에 수정을 해야 하는데 ‘이상저온’ 때문에 날씨가 추워서 제대로 되지 않았어. 그 탓에 예년보다 무게도 줄고 외모도 썩 좋지 않을 거라고 해. 꽃도 열흘 가량 늦게 피다 보니 나도 그만큼 늦게 자랐지. 가장 인기 있는 추석에는 맛과 외모가 좋은 나를 찾기는 어려울 거야. 그래서 몸 값은 더 오를 예정이고. 내 친구들도 상황은 비슷해. 근데 날씨는 올해만 변덕을 부린 게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기후 자체가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앞으로 제철이라고 해도 맛 좋고 모양 좋은 나를 먹기는 어려워질지도 모르지.

올해 여름엔 달고 맛 있는 수박과 참외, 복숭아 먹기가 힘들었다. 지난 2월부터 흐린 날씨와 저온 현상이 이어진 탓에 4~5월 과일의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과와 배, 단감 등 가을 과일도 봄철 냉해의 여파로 작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지난해 보다 열흘 정도 빨라 차례상에 올릴 품질 좋은 과일 구하기는 더욱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 올 가을 과일 품질과 가격을 전망해 본다.

4월 이상저온으로 작황 부진

맛 좋은 과일을 싸게 먹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날씨다. 날씨는 나무에 꽃이 피고 과일이 맺히고 착색 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김승희 농촌진흥청 과수과 연구사는 “지난 겨울 경기 북부 및 강원 지역의 최저기온이 영하 2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과실(과일이나 열매)나무가 많이 얼어 죽었다”며 “여기에 더해 꽃이 피는 4월에는 이상저온으로 수정이 되지 않아 예년보다 과실 착과량(과실나무에 열매나 열리는 양)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상저온은 과실나무 암술에 손상을 주고, 수정을 돕는 곤충의 활동을 저해해 수정을 어렵게 한다.

과실의 당도가 높기 위해서는 기온 조건이 알맞고 일조량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적절한 당도를 확보하지 못해 여름에 이어 가을 과일까지 전반적으로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가을 과일 씨알ㆍ맛 떨어질 듯

올 가을 과일은 전반적으로 크기가 줄고 모양도 좋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마트 신경환 과일 바이어는 “배와 사과, 단감 등 전반적으로 과일 크기가 예년보다 작아지고, 출하량도 줄어들 전망”이라며 “추석이 있는 9월 중순에는 배도 달지 않고 단감도 떫은 맛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망한 과일 작황 분석에 따르면, 배의 경우 9월 출하될 때 개화기 저온 피해와 검은별무늬병(흑성병·잎이나 과실에 검은 반점이 생기고 심하면 썩음) 피해로 크기와 모양, 당도로 측정하는 상품(上品)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11% 포인트 낮았다.

사과는 냉해로 개화와 착과 시기가 늦은 데다 과실비대가 좋지 않아 특ㆍ상품(特ㆍ上品)비율이 지난해보다 2% 포인트 낮았다. 선인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사과담당 연구원은 “7월 이후 기상이 양호한 편이라 당도엔 문제가 없겠지만 크기와 모양은 예년 수준보다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감 착과량도 지난해보다 4% 감소한 데다 개화가 늦어 생육일수가 짧아지면서 크기도 지난해와 평년 보다 작을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미숙과 출하가 우려되고 있다.

밤은 봄철 냉해로 인해 9월 중순까지 햇밤 출하가 2~3일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씨알이 굵은 것들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대추의 작황은 주산지인 경남, 경북지역이 봄철 냉해에 이어 잦은 강수와 이상고온의 피해로 부진하다.

배 가격 최대 25% 오른다

전반적 작황 부진으로 가을 과일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차승원 홈플러스 과일팀장은 “보통 배는 약 10%, 추석 제수용이나 선물용은 20~25% 가량 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과 값은 작은 씨알의 경우 예년과 비슷하거나 낮겠지만 대과는 10~15%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감도 크기가 큰 것을 중심으로 오를 전망이다. 조용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단감담당 연구원은 “아직 가격과 당도를 측정하기는 이르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수확량이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 밤 가격은 대체로 평년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추 가격은 올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2008~2009년산 건대추 재고가 많아 지난해 보다는 높지만 평년보다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 롯데마트 이관이 과일팀장

“올 추석엔 좋은 선물용 과일 구하기가 힘듭니다. 과일 선물세트 가격도 5~10% 오를 것 같아요.”

롯데마트 이관이 과일팀장은 요즘 맛있는 과일을 확보하기 위해 그야말로 ‘신발이 닳도록’ 산지를 돌아다니고 있다. 올해 이상저온으로 수확 시기가 열흘 가량 늦춰졌는데 대목인 추석은 지난해보다 열흘 가량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배 주요 산지는 전남 나주와 경북 상주, 사과 산지는 전북 장수와 충북 충주, 경북 풍기”라며 “올해는 상품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구매 대상 산지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는 전북 전주와 경북 영천 등의 예비 산지를 추가로 확보했다. 또 품질이 보장되는 하우스 재배 배만 취급하기로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맛 좋은 사과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세웠다. 일례로 전북 장수산 구매용 사과의 경작고도는 과거 해발 300m 이상으로 낮췄으나 이번엔 적절한 당도 보장을 위해 500m 이상으로 높였다.

특히 맛 좋은 과일 확보를 위해 3차에 걸쳐 당도를 측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산지에서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써서 배와 사과 전 품목의 당도를 전수 검사하고, 물류센터와 매장에서 각각 당도를 재검증하는 것이다.

작황 부진으로 과일 가격이 오르는 만큼 선물세트도 값이 적잖이 오를 것 같다. 이 팀장은 “대형마트에서는 과일 선물세트 가운데 3~4만원대 제품 판매가 전체 70%를 차지한다”며 “올해는 해당 선물세트 가격이 5~10% 가량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 '주름 느는' 채소값… 내달 이후 배추 대파값은 떨어질 듯

올해 일기 불순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과 가격 상승은 과일에 그치지 않는다. 17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배추(상품)는 43.8%, 무(상품)는 115.1%나 값이 올랐다. 기타 채소류도 마찬가지다. 대파는 55.7%, 풋고추는 55.8%, 깐마늘은 132.8%나 값이 올랐다. 이러니 시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의 입에서 비명이 안 나올 수 없다.

지금은 그렇다 쳐도 추석과 김장철엔 어떻게 될까. 관심은 가을 채소류 작황에 쏠린다. 작황이 나쁘면 가격도 오르고 질도 떨어질 게 분명하지만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전문가들은 9월 이후 배추와 대파, 건고추 가격은 소폭 내리는 반면, 무와 양파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金)추, 이달 말 이후 가격 안정

폭우가 내리기 전인 지난 주말. 강원 고성군 진부령고개 흘리 마을 고랭지 배추 농가에서는 새벽부터 수확을 서둘렀다. 30일 이상 지속된 가뭄 끝에 이번엔 폭우까지 예보돼 배추를 빨리 거두기로 한 것이다.

이마트 채소팀 김동현 바이어는 “아직 속이 덜 찼지만 비를 맞추느니 수확을 서두르기로 했다”며 “그런데도 뿌리 부분 짓무름이 많아 절반 이상은 산지폐기 하고 있다”고 산지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금값인 배추는 이달 중순부터 출하가 원활히 이뤄지면서 가격도 점차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품질에 따라 가격차는 클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기환 채소팀장은 “작황이 호전되면서 9월이 되면 평년 가격 수준이거나 그보다 낮은 10kg당 6,000원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월과 12월에 출하되는 월동배추는 재배량이 늘어날 것으로 조사돼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냉해 직격탄 무, 가격 강세 지속

6월초 냉해와 가뭄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무다. 여름 평지 무 작황이 악화한 데다 고랭지무 출하가 지연되면서 산지 출하량이 20%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6월 냉해로 강원도 지역에서 재파종에 들어간 무가 이달 하순부터 나올 예정이어서 가격은 하락세로 꺾이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때 무 가격도 지난해 보다는 높게 형성될 것 같다. 홈플러스 이충모 채소팀장은 “추석을 겨냥한 파종이 충청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 9월 이후 가격은 지금보다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촌경제연구원은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지난해보다는 54%, 평년보다는 15%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 끝난 양파, 소폭 상승세

올해 양파 재배 면적은 늘었지만 수확량은 저온 현상과 잦은 강우,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이 부진해 지난해보다 6% 감소한 약 129만톤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이달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20kg당 1만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6%높다. 롯데마트 이종철 채소 상품기획자(MD)는 “올해 양파 생산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높은 가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먹는 양파는 저장 출하된 것으로 저장비용이 추가될 전망이다. 하지만 9월부터는 중국산 양파가 수입돼 가격 상승세를 누그러뜨리면서 연말 가격은 소폭 상승한 2만원 선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파는 8월 이후 약세 반전

대파도 일기 불순에 따른 생육지연으로 7월까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높았다.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9월까지 고랭지 대파가 대량 출하되면서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8월 대파의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kg당 1,200원으로 지난해 보다 13% 가량 낮았지만 평년보다는 6% 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박기환 팀장은 “겨울 대파는 재배 면적이 늘어서 앞으로 기상이변이 없는 한 출하기 가격이 지난해 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고추 생산량 줄었지만 재고로 소폭 낮아

건고추는 직접 따서 말려야 하는 품목. 하지만 농촌 고령화로 노동력이 줄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건고추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4% 감소했다. 생산량 감소는 건고추 대신 콩과 옥수수 등으로 작목 전환이 많이 이루어진 것도 원인이 됐다. 수확시기는 일기 불순에 따라 7~15일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8년과 2009년 재고가 많이 남아있는 데다, 지난해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올해는 약간 싸질 것 같다. 600g 기준으로 지난해 보다 3% 낮은 6,000원 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 밀 원당 수입가격 급등 여파 라면 빵값 인상 이어질 수도

올 들어 러시아와 인도, 중국 등에 닥친 기상이변으로 세계 농산물 가격도 이미 폭등했다. 이에 따라 국내 관련 가격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7월 한 달간 미국 시카고 상업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급등했다. 이는 51년 만에 월간 상승률로는 최고치다. 옥수수와 콩도 각각 20%, 10%씩 올랐다.

밀 가격 폭등은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50년 만에 닥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20% 가량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지난 겨울 이상 한파 등으로 밀 파종 시기가 평년보다 늦어지면서 공급이 부족했던 것도 영향을 줬다.

세계식량 생산 1위국인 중국도 올 들어 가뭄과 홍수, 폭염 등 자연재해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기간 지속되면서 곡물생산이 크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은 수입경로를 통해 국내 관련 제품의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3개월 가량 밀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은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높은 가격이 지속되면 4분기 이후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과자와 국수, 라면 등의 판매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한편 세계 최대 원당 생산국 인도는 6월과 7월 강수량 부족으로 사탕수수 재배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고, 브라질에서는 폭우로 원당 수출선 수송에 차질이 빚어져 국제 원당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달 초 설탕 평균 가격은 8.3% 올랐다. 이는 당장 다음달부터 국내 빵과 아이스크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샤니와 삼립식품, 기린 등 양산빵 업체들은 물론 롯데삼강과 해태제과 등 빙과류 업체들도 아이스크림 값 인상을 위해 이달 중순 대형마트와 가격 인상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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