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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연 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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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연 냉각

입력
2010.08.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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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벗어나 경기 용인의 산자락 아래로 집을 옮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더운 여름 날씨가 거듭되고 있고, 9월 초순까지도 더위가 완전히 수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열대야에 시달리지 않았다. 남 달리 더위를 타는 체질이어서, 밤잠을 설치지 않고 개운한 아침을 맞을 수 있는 것만도 행복이다. 창을 활짝 열어 젖히고, 바람 잘 통하는 툇마루 방에 누워 이내 잠들었다가 새벽에 한기가 느껴져 안방으로 잠자리를 옮기곤 한다. 장마가 한 달은 늦춰진 듯 매일같이 내리는 밤비도 고맙다.

■ 6월 중순에 일찌감치 시작된 더위는 7월 들어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가 7월 말 본격화한 무더위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이 정도의 더위를 맛보기는 1994년 여름 이후 처음인 듯하다. 기상청 통계도 이런 체감 기온을 뒷받침한다. 7월11~8월10일 한 달 사이 전국 평균기온은 26.2도로 평년보다 0.9도 높았다. 평균 최고ㆍ최저 기온도 각각 30.4ㆍ23.1도로 평년보다 0.7ㆍ1.39도 높았다. 그나마 기상청의 기온 통계는 백엽상 측정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는 더위는 이보다 한결 높게 마련이다.

■ 백엽상은 탁 트인 잔디밭에 설치된다. 속에 온도계를 거는 흰 창살 상자는 바람은 통하지만 직사광선이나 복사열의 영향은 최소화한다. 따라서 아스팔트가 물렁거릴 정도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뜨거운 엔진 폐열을 내뿜는 자동차가 물결을 이루고, 건물과 자동차의 냉방용 공기압축기가 열을 내뿜는 도심의 체감기온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일본의 한 방송사가 도쿄 도심의 기온을 측정한 결과 백엽상 측정치보다 10도나 높은 곳까지 있었다. 그러니 인공 열기가 넘치는 대도시의 낮 기온을 과거와 비교하자면 5도의 상향 수정은 불가피하다.

■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고, 활발한 증산작용으로 도심의 공기를 식혔던 나이든 가로수가 많이 줄어든 것도 도심의 체감기온을 높였다. 앞으로 점점 더워질 여름 날씨는 기껏해야 1대 1의 열 교환에 그쳐 결과적으로 소모 전력만큼의 열을 덧붙이는 냉방기로는 근본적 대응이 불가능하다. 도시의 바람 길을 열어주고, 녹지와 가로수를 늘리고, 건물 지붕과 벽면 등을 녹색식물로 덮는 등 '폐열 없는 자연 냉각'에 적극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지구온난화 흐름 속에서 이대로라면 북극의 빙하가 녹기도 전에 서울 도심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까 두렵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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