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국무위원 및 권력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지만 핵심 증인들의 출석 여부가 불투명해 ‘부실 청문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출석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병보석을 받아 현재 서울삼성병원에 입원 중인 박 전 회장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청문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측근은 “박 전 회장이 장시간 청문회장에 앉아 있기 어려울 것”이라며 “2, 3일 내에 출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회장의 부탁으로 김 후보자에게 수만달러를 건넨 혐의로 증인으로 채택된 뉴욕 한인식당 사장 곽현규씨의 소재도 불투명하다.
총리실 불법사찰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도 청문회 출석에 부정적이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후보자에게 사장 연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청문회 당일인 23일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의혹에 연루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출석 여부도 불투명하다.
증인들의 청문회 불출석이 잦은 배경으로 현행법상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에 야당은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과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를 통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동행명령 집행을 위해선 재적위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13명의 특위 위원 중 야당 소속은 6명이어서 동행명령 의결 가능성이 낮다. 또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이 고발된 경우는 지난해 정운찬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김동녕 예스24 대표와 2007년 한덕수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과 우주하 당시 재경부 국장 등 3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김 대표만 200만원 벌금형을 받았을 뿐 김 전 장관과 우 국장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현행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전진영 입법조사관은 “우리 국회는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처벌까지 정치적 협상으로 처리하는 게 문제”라며 “불출석하거나 동행명령을 거부한 증인을 보다 엄정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